산이 물을 품고, 물이 산을 안으니 여기가 힐링 산행명소
도시는 시민들에게 안락함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아침마다 기분 좋은 새로운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도시에 살면 시민들은 얼마나 좋으랴!
시민들이 겪는 도시문제 가운데 개인적 생활까지 도시가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날마다 깨끗해지고 더 청명한 환경 속에서 안락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들도 시정에 협력하면서 나름대로 만족한 일상을 보낼텐데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제목을 생각해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도시 속에서 시민들이 꿈이 영글어가는 도시에 대한 염원이다. 필자가 서두에서 거듭 새로운 도시를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을 가꾸는 도시가 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야기가 있는 구불길 걸으며 여유·자유·풍요 만끽새만금·군산저수지 경관 으뜸, 가벼운 등산으로 딱
매월 마지막 일요일마다 테마 산행을 떠나는 대문트레킹에서 이번엔 전북 군산에 있는 청암산 트레킹으로 정했다. 그 소식을 듣고서 군산이 `새만금` 이라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 변화·발전하는 도시상을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이다.
일요일 아침 7시에 대문트레킹 회원이 탄 차는 나날이 새롭게 발전하는 서해안의 새로운 도시, 군산을 향해 출발했다.
위도상으로 보면 거의 대구와는 서해안과 일직선으로 위치해 있는데 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다시 완주를 거쳐 군산 시내를 빠져나와 서해안에 도착했다.
서해안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을 동해 바다를 보고 자라난 필자로서 바다에 대한 그리움은 매양 마찬가지다. 다만 동해바다냐, 서해바다냐 위치가 틀릴 뿐인데 바다 자체가 가져다주는 느낌은 같은 것이다.
낮 12시경, 새만금 방조제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방조제로 가서 하차해 일대를 살펴보았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넓은 바다를 가로질러 방조제를 만들었다니 인간의 기술에 놀랄 지경이다.
TV뉴스나 기사를 보고 막연히 알았던 새만금에 대한 내용을 현지에 와서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워진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와 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그 길이가 무려 33km다. 지난 1991년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고 1998년 준공됐으며 2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세계 간척사상 유례가 없는 대역사를 만들어냈으니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이 만들어낸 웅대한 방조제인 것이다.
내용을 들어보니 본격적인 개발기간은 2010~2030년까지로 총 사업비가 22조1천900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으로 이 사업이 완료되면 환경적, 경제적 효과가 크다.
확장되는 국토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고 수자원은 연간 10억t이 확보되는데 이 용량은 중규모 저수지 200개의 수량이라고 한다.
군산은 새만금으로 인해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새만금은 군산시의 현재요, 미래다. 이 사업을 통해 군산은 녹색성장 선도(Green) 물의도시(Water), 문화·관광 메카(Culture), 인간중심의 도시(Human)를 뻗어가고 있는 중이다.
새만금방조제를 한 바퀴 돌고서 이번 트레킹의 메인 코스인 청암산 군산저수지 쪽으로 왔다. 옥산저수지로도 불리는 이 저수지는 일제 치하인 1937년 완공됐다고 한다.
군산저수지는 자연이 주는 깨끗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자연상태에서 군산시와 복권위원회가 함께 청암산 녹색나눔 숲을 조성하고 자연생태 탐방로를 만든 것이다. 이 일대 청암산 주변의 호수변을 따라도는 산책로는 새로운 여행과 힐링 등산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일행들은 저수지변에서 점심식사시간 및 휴식시간을 가진다. 인공 설치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잔디에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한다.
조금 전에 본 서해안 새만금방조제와 군산저수지를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마치 야외로 소풍 나온 학생들과 같다.
식사시간 겸 휴식을 잠시 취하고 다음 계획을 준비한다. 남은 일정은 저수지를 끼고서 청암산에 올랐다가 다시 저수지 쪽으로 내려오면서 한 바퀴 도는 편안한 워킹코스다.
청암산 등산길은 최근에 전국에서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지난 2009년에 이 지역 주민들이 `청암산 구슬뫼 전국등산축제`를 개최했다.
청암산과 군산저수지 일대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번졌는데 작년엔 5회째로 3천여명이 일시에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군산시에서도 청암산과 군산저수지 이외에도 시민들과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코스나 나들이길 코스를 개발했는데 `구불길`이 바로 그것이다.
구불길은 이야기가 있는 군산 도보여행이다.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여유, 자유, 풍요를 느끼게 한다고 시에서는 자랑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이야기가가 있는 군산도보여행길이다.
구불길은 1길 비단강길로부터 시작해서 8길 고군산길로 구분되는데 청암산과 군산저수지 코스는 구불5길 코스다. 구불5길은 물빛다리광장에서 시작해 청암산과 군산호수제방을 거쳐 은파호수공원까지 가는 길인데, 관광객들은 별도로 청암산과 군산저수지 수변길을 선호한다.
오후 1시30분경 일행들은 수변 길을 걸어 청암산으로 향한다. 청암산은 높이가 115m로 올라가는데 얼마 걸리지 않지만 시간도 충분하고 군산저수지 수변 풍경도 좋아 천천히 감상하면서 오른다. 지금까지 등산과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일반 등산을 하려면 산이 높고 설령 낮은 산이라 하더라도 암봉으로 이뤄진 산은 오르고 내리는데 힘이 든다. 지난주에도 고향의 팔각산을 다녀왔는데 암봉 58개를 타면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통에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청암산 등산은 거기에 비하면 말이 등산이지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절경을 보고 느끼면서 걷는 산책코스니 행복한 트레킹이다.
소나무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얼마가지 않아 대밭이 나온다. 대나무 숲에서는 바람이 일 때마다 댓잎들이 가볍게 떨면서 내는 소리가 시원함을 가져다준다.
대숲을 지나고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정상이다.`청암산(샘산) 정상`이라는 표지목이 나타난다. 내려다보니 군산시가지가 보이고 남쪽 방향으로 만경강이 흘러가는 모습도 보인다. 정상 바로 아래에 펼쳐지는 저수지의 수면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비쳐진다.
청암산은 조선시대 이전에는 취암산으로 불리어졌는데 `푸른산`이라는 의미다. 일제강점기에 청암산으로 명칭이 바뀌어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던 청암산은 인근 금성산과 이어지며 현재 회현초등학교 뒷부분까지 토성이 축조돼 만경강을 통해 침략하는 외부세력에 대비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샘산이라고도 하는 청암산은 비록 높이는 110m가 조금 넘지만 청정 원시림과 같은 깨끗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특히 인근의 군산저수지를 둘러싼 여러 산 중에는 경관이 조망권이 으뜸이니 시민들과 외지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내려서서 마음의 힐링 길을 걷는다. 산길에는 소나무들과 잡목들이 우거져 그늘을 만들어주고, 편안히 밟아오는 오솔길에서 좋은 경치에다가 힘마저 들지 않으니 이런 등산이면 매일이라도 하겠다.
소나무숲을 지나니 다시 저수지가 나타나고 한참 내려와 수변길을 걷는다. 잔잔한 호수 같은 수면 위로 산들의 그림자들이 걸려있다.
어쩌다 바람이 불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비치는 그림자들을 보노라면 마음속에 아름다운 호수와 행복한 시간이라는 시공이 함께 묻어난다. 불현 듯 시심이 스쳐지나간다.
“저수지를 끼고 걷는 길/ 아름다운 길이다./ 길 입구에 다가서보면/ 초여름을 닦는 바람에/ 수면은 여심으로 일렁거리지만/ 길가 대숲의 댓잎들은/ 일제히 소리내기 시작한다.// 햇빛이 하얀 구름 사이로/ 싱그럽게 쏟아지는 날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기 청암산 아래/ 구불길을 한번 거닐어보라./ 이름 모를 꽃들도 귀 기우리는/ 자연의 마음을 알게 되리라.”(자작시 `군산 청암산 구불길에서` 전문)
대문트레킹 회원들과 함께 군산의 청암산 구불길 트레킹을 마치고 나서 차에 오르는 순간까지 가슴속을 가득 채워 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날씨마저 적당히 흐려 등산하기에 딱 좋은 날, 서해안의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는 군산에 와서 새만금과 서해바다를 보고서, 자연의 때 묻지 않은 청암산과 군산저수지의 절경들과 마주했으니 귀가하는 마음조차 기쁨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