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시원한 계곡이 어우러진 여름 별천지
대체로 7~8월에는 계곡이 있는 곳을 산행지로 잡는데 산에 올랐다가 계곡에서 피서를 하는 것도 한여름 등산에는 좋은 일정이기 때문이다.
대문트레킹에서 이번에 잡은 행선지는 경남 함양의 기백산과 용추계곡이다. 특히 용추계곡은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산악회뿐만 아니라 일반 피서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함양의 용추계곡은 가히 자랑할 만하다.
그곳은 주변의 4개 명산을 타는 들머리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특정지점이 주변의 1000m급 4개 명산을 오를 수 있는 들머리가 되는 곳은 아마도 용추계곡 밖에 없다는 평이 나돌 정도다.
금원산 능선길 누룩모양 큰 돌 `누룩덤` 등산객 발길 사로잡아6시간 등산 피로·무더위 해소는 용추계곡 몸 담그기가 제맛
그런 기대 속에서 한여름의 일요일, 대문트레킹 일행과 행차를 했다.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으로 가다보니 행선지가 그리 멀리 있는 곳도 아니다.
88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도로가 많으니 영남권이나 호남 일부지역이나 충남지역에서도 함양 용추계곡 가기란 쉬운 코스다.
대구에서 대문트레킹 일행을 태우고 오전 7시에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국도로 빠져 나와 9시 30분경, 함양군 안의면에 있는 용추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일행 일동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트레킹이나 산행 도중에 개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만 단체 사진 찍기는 시간과 장소를 못 맞추면 놓칠 때가 더러 있다.
그래도 단체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려놓으면 언제, 어디로 갔구나 하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단체 활동을 알 수 있는 요긴한 자료가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단체 사진은 본격적인 행사를 하기 전에 찍기 때문에 하루 계획을 원만히 치루고 또 팀웍을 이루는 계기로써 기대를 갖게 해주어 좋은 것이다.
대문트레킹 일행들은 용추폭포, 용추사, 계곡 탐방과 가까운 곳에 등산을 하게 되지만 필자는 마지막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약속해두고는 먼저 행선지의 중심을 정상에 산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기백산 정상에 올랐다가 오후에 용추계곡에서 회원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먼저 산행을 결행한다.
기백산 등산은 대체로 3가지 코스가 있다. 제1코스는 용추사 일주문- 안부 기백산 정상을 등산하는 것인데, 거리로는 4.2km이고 시간은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2코스는 웃 사평마을- 안부 기백산 정상등정으로 4.4km에 2시간반 가량 걸린다.
제3코스는 용추사 일주문-기백산-금원산-수막령-자연휴양림-용추사 일주문 코스로 6시간정도 걸린다는데, 필자는 제3코스로 일주문에서 출발해 도수골로 통해 기백산에 올랐다가 금원산에는 오르지 않고 자연휴양림을 지나서 용추사로 내려오는 계획을 잡아 두었다.
용추사 일주문을 통과해 장수사 절터를 지나 200m 지점에 들머리가 나타난다. 도수골로 통해 기백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인데, 초입길부터 5~6분 정도 숲길이 이어진다.
일행들에게 오후에 등산하고 나서 만나겠다고 인사를 한 후에 등산 들머리인 일주문으로 향한다. 기둥이 하나로 된 일주문이 덩그마니 서 있다.
신라 소지왕 9년에 각연대사가 장수사를 창건할 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는 일주문이다. 장수사 고찰은 6·25전쟁 때 불타버리고 일주문만 남아 있다가 1975년에 중건하였다.
이 문에 걸려 있는`덕유산 장수사 조계문`현판은 간격이 4.1m로 좌우 기둥 둘레가 3m, 높이 3m로 일주문으로는 규모가 대단히 큰 편이다.
쉼터를 지나 산허리길로 접어들어 평탄한 길을 걷는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계곡이 나오고,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가파른 산길이다.
안부에 다다르니 조망이 터지면서 나무사이로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능선길을 따라 20분 쯤 걸어가니 전망이 탁 터지면서 멀리 산들이 모습을 나타내는데, 정상은 200m 정도 거리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살피는데 맞은편 황석산이 나타나고 눈을 돌려 멀리 바라보니 지리산과 노고단이 보인다. 다시 산행을 시작해 기백산 정상에 섰다. 기백산은 소백산맥에 솟은 덕유산에서 동남쪽으로 산줄기가 뻗어 내려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으로 이어지며, 산 높이가 1천331m이다.
정상에는 안의산악회가 1989년 10월에 세운 표지석이 있는데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 산 154-1`이라는 주소가 표기돼 있다. 전국의 산을 돌아다녀보아도 정상 표지석에 주소지를 적은 것은 보질 못했다.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서는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금원산, 거망산, 황성산이 이어져 있고 그 복판 지점에 용추폭포가 있으니 이 산에서 골짜기를 통해 흘러내린 물이 용추계곡을 이루고 있다.
그 밑으로 금원산 쪽으로 난 능선 길에 또 하나의 상징물, 누룩덤이 자리잡고 있다. 누룩덤은 누룩을 포개놓은 듯한 모습이라서 누룩덤이라고 불린다.
이제 하산하는 길이다. 금원산쪽으로 난 길을 따라 능선을 내려가니 누룩덤이 있다. 마치 누룩처럼 생긴 큰 돌들이 포개져 잇는데, 이곳에 올라온 사람들은 신기한 듯이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필자가 산을 다녀보면 우리나라 산 곳곳에 자연휴양림이 많다. 휴양림이 전국에 150여개소나 있는데 이 가운데 국가(산림청)가 관장하는 곳이 39개소이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개인이 관리하는 곳이다.
산림내에서 휴양, 휴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시설만을 설치하여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국민 휴식공간이므로 많이 있을수록 다다익선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용추자연휴양림을 지나서 내려가니 계곡 변에 아담한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용추사다. 이 사찰은 신라 소지왕 9년(487)에 각연대사가 창건한 옛 장수사와 4대 부속 암자 중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사찰인데 6·25전쟁 때 소실된 사찰을 1959년 재건하였다고 한다.
대웅전에 들려 필자는 정성껏 기도드리고서 바깥으로 나와 경내를 구경한다. 아직도 여름 햇볕은 따갑고 무더운 날씨다. 다만 계곡이어서 바람이 불때마다 서걱이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 또 시원스럽게 우는 매미 소리에 더위를 가까스로 견딜만하다.
계곡을 타고 내려와서 오후 3시30분경에 용추폭포에 도착했다. 물을 보는 순간 필자는 배낭을 벗어놓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등산하면서 피로하고 더웠던 열기들이 일순간에 몸에서 빠져 나가는 기분이다.
물속에서 폭포 위를 올려다보니 용추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니 화난 용이 몸부림치듯 떨어지는 형세로 보인다.
옛날 안의현에서는 세 곳의 빼어난 절경을 간직한 곳이 있어 `안의삼동`이라 전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곳 용추계곡이다. 지금도 용추비경은 함양8경 중 3경으로 치고 있는 명소다.
“정상에 서면/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 산 154-1/ 표시의 기백산 표지석./ 제 주소를 갖고 있어도/ 드러내지 못하는 곳이/ 전국에서 수두룩한데도/ 기백산은 당당하다.// 여름등산을 마치고/ 아름다운 산 그림자 아래/ 나무숲속의 용추 계곡,/ 시원한 계곡에 내려서/ 두 발을 물에 담그노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을,/ 여기는 안의삼동, 별천지로다.”(자작시`함양 기백산 등산`전문)
함양 기백산 용추계곡. 아름다운 산과 시원한 계곡이 어우러지는 피서지의 천국 별천지에서 대문트레킹 회원들과 한 여름, 한낮 피서의 향연을 베풀었으니 두고두고 생각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