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절경` 자랑하는 호숫가 힐링 길에 반하다
새해 들어 올해 산행에 대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본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하는 산행기를 올해 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좋은 산들을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첫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 주말을 빠짐없이 산행할 수 있는 건강이 우선인데, 지난 3년간은 다행스럽게도 거의 빠지지 않고 주말 등산을 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사계절 전국을 누비는 등산이 즐겁기도 하려니와 정신과 육체 건강에 많은 이점이 되므로 필자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정기적인 등산을 권유한다.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전에는 매주마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는데, 그럭저럭 3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전국의 이름난 산은 거의 다 보았으나 아직 가보지 못한 산으로 서울 관악산, 강원 치악산, 김천의 황악산, 합천의 가야산 등이 있는데 올봄까지는 다 올라볼 계획이다.
새해 첫날에는 덕유산을 다녀오면서 백설의 멋진 장관을 마음에 담으며 기원했다. 올해 산행에서 무탈하기와 좋은 사람들과 많은 산들을 찾기를 빌었으니 그대로 됐으면 좋겠다.
회동수원지 갈맷길은 부산지역 곳곳에 조성된 명품 산책길 중 하나산 정상에 서면 회동수원지·수영강 상류 한눈에 … 이색 풍경 자랑
매달 첫 주 일요일은 대구에 사는 출향인들의 산악모임인 재구화림산악회와 함께 하는 날이라 일찌감치 물어보니 요즘 인기가 많은 부산 회동수원지 갈맷길 산행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수원지 갈맷길이라! 내게 자료도 없고, 갈맷길이 힐링을 겸한 산책길이니 회원들과 동행하기는 해야 하는데 산이 아니라서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산에 오르느냐고 다시 물어보니 산책길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부엉산이 있어 그곳에 오른다고 한다. 부엉산 소개와 함께 최근에 유명해진 힐링 코스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말에 함께 그곳에 가기로 작정했다.
고향사람들과 산행한다는 것은 기분 좋고 마음이 편하다. 그것은 연령층들을 볼 때에 힘든 시절을 시골에서 함께 살았고, 살아온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동화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약속 장소에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 정리를 한다.
올해 들어 처음 하는 이번 산행에 빠진 사람들도 있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동향인 거의가 다 왔다.
일행을 태운 차량은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 시가지를 이리 저리 돌더니만 금정구로 나가서 회동수원지가 있는 상현마을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안내를 하는 동안에 수원지 주변을 조망해본다. 넓은 호수에 접한 나지막한 산들이 도심을 막아 도시 속에서 한적한 산촌같은 분위기를 돋워내고 있다.
산행준비를 하여 출발하기 전에 늘 하듯이 산행에서 아무런 사고가 없이 무사히 집까지 도착하고, 또 산악회의 단결을 위해 단체사진을 찍었다. 연례행사지만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는 것이기에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상현마을을 출발해 올해의 등산을 시작한다. 이곳 상현마을은 회동수원지 갈맷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목을 받는 동네가 됐다.
이곳의 산책 힐링 코스는 여기가 출발지 아니면 목적지이기 때문에 갈맷길이 만들어지면서 잘 정리된 마을이다.
상현마을은 선동에 있는 자연마을로 선동은 선돌이 있어 이를 한자음으로 표기하다보니 선동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인근에 오륜대가 자리하고 있어 신선이 머물었다는 데서 신선이 사는 마을이란 뜻으로 선동이라 불러졌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일행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으면서 제1전망대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깨끗한 산책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시가 지난 2010년 경관이 좋은 곳곳에 갈맷길을 만들었다. 갈맷길은 지역적 특성인 사포지향(바다, 강, 산, 온천)을 담은 부산 특유의 명품길로 구성돼 있다.
그 가운데서 금정구 구간인 7코스(금정산성길)와 8코스(회동수원지길)는 대표적인 갈맷길로서 부산시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나 등산객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곳이다.
특히 부산 갈맷길 8-1코스로 불리는 이곳 `회동수원지 사색길`은 강과 호수와 숲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천혜의 자연경관을 체험할 수 있는 힐링 길로 2009년도에는 부산 갈맷길 축제 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길이다.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회동수원지 사색길은 단번에 유명해진 곳인데, 잠시 걸어보면서 느끼는 생각이 지금까지의 소문과 다르지가 않다.
사색 길은 평탄하고 정비가 잘된 길이라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 전망대 한 곳을 다시 들러 보고서 음식점을 돌아 왼편으로 꺾어 들어 취수장을 지나 오륜대 전망대에 올랐다.
호숫가 군데군데에서 빼어난 주변의 경치를 살펴볼 수 있는 관계로 휴식처를 겸한 전망대가 많이 설치돼 있는 것이 회동수원지 갈맷길의 특징이기도 하다.
오륜대는 바위가 기이하고 산수풍경이 아름다워 조선시대부터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유명한 곳이다. 1832년 편찬된 동래부읍지에 의하면 옛날 이 바위 위에서 다섯 명의 노인이 지팡이를 꽂고 노닐며 구경했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이곳 오륜대 절경을 노래한 글로 추파(秋波) 오기영(1837~1917) 선생의 `장전구곡가`가 있다. 그 글에서 서사 오륜대를 비롯해 1곡 선동을 시작으로 9곡 동천골에 울러 퍼지는 물결소리를 담고 있는데, 오륜대 편에서는 한가한 저녁 분위기가 초동들의 피리소리에 젖는다.
“오륜대 솟아난 누리 정기 모인 곳
두 골짝 흐르는 물 예나 이제나 맑고
울바우 가뭇한 산머리 해 저무는데
귀에 아련히 들려오는 초동들의 피리 소리.”
오륜대 전망대에서 회동수원지의 명품들을 보고 난 뒤에 다시 산책길로 돌아 나와서 부엉산에 오른다. 필자가 매주 등산을 하면서 여느 등산과 다른 색다른 맛을 느껴본다.
부엉산은 해발 175m 높이의 산이지만 정상에서 만나는 주변 조망이 빼어나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회동수원지와 수영강 상류의 풍경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장관이기도 하다.
산 정상에 서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볕이 고른 곳을 찾아 앉아서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수변을 보면서 숨은 절경을 하나둘 찾아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해보며 시심을 달랜다.
“우리들 삶에/ 자갈길만 있는 게 아니다./ 등산을 다니다보면/ 좋은 길도 있기 마련이어서/ 오늘처럼 도심 속 시골 같이/ 숨은 절경을 자랑하는/ 회동수원지 갈맷길을 만난다./강과 호수, 숲들이/ 잘 어우러진 자연 속/ 사색 길 걸으며 생각해보면/ 어쩜 인생이라는 것은/ 맑은 호수 위로 섬처럼/ 우뚝 솟아난 부엉산이/ 이제야 눈 뜨는 그 모습인 것을.”(자작시 `부산 부엉산에 오르다` 전문)
부엉산을 천천히 내려서서 기도원 이정표를 보면서 왼편 길로 향한다.
쉼터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회동댐(높이 28m)이 나오는데 이 댐은 1946년 생활용수 목적으로 준공됐다. 지금도 경치 하나는 멋진 곳이지만 회동댐이 들어선 이곳 수원지는 조선시대에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댐이 만들어진 후 1964년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었다가 부산시가 갈맷길을 만들고 2010년 1월부터 개방된 곳이다.
일행들은 댐을 지나서 조금 걸어 수변산책로 종점에 도착했다. 오늘 계획한 일정을 모두 소화했는데 11.5km의 거리를 걸어온 것이다.
재구화림산악회의 을미년 신년들이 첫 번째 산행행사를 잘 마무리했다. 일행에게 물어보니 조금 긴 거리를 걸어왔지만 주변 경관이 좋고 편안한 길이라 힘든 행보는 아니하고 한다. 버스에 올라 귀가하는 차안에서 잠시 생각에 젖는다. 이번엔 산이 나지막해 편한 등산을 했지만 그 대신에 긴 거리의 산책길을 걸었다.
오늘처럼 도심 외곽에 숨은 절경을 찾아 보물찾기하듯 신비한 기운에 감싸여 마음 넉넉한 회동수원지 갈맷길을 만나는 것도 흥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