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보령 오서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4-09-26 02:01 게재일 2014-09-26 12면
스크랩버튼
서해바다 낙조가 산상의 억새풀에 스며들다

▲ 서해안을 끼고 충남 홍성군, 보령군, 청양군의 남북으로 가로놓인 오서산은 전국 5대 억새산으로 유명하다. 서해 비경과 함께 억새풀이 아름다운 이 산은 가을 산행의 명소다.
▲ 서해안을 끼고 충남 홍성군, 보령군, 청양군의 남북으로 가로놓인 오서산은 전국 5대 억새산으로 유명하다. 서해 비경과 함께 억새풀이 아름다운 이 산은 가을 산행의 명소다.

가을 등산은 풍경을 보는 맛이다. 전국 어느 산이든지 가을 풍경은 자연의 아름다운 선물인데, 농익는 자연 속의 가을 산에서는 누구라도 신비를 느끼게 마련이다.

가을이 점차 익어가는 이 시기에는 평원이나 산등성이에서 피어난 억새들의 물결은 장관을 이룬다. 은빛으로 물든 풍경들, 바람이 불어 한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가히 장관이 아니겠는가.

서해바다 비경·억새 군락지 구경은 휴식 장소로 안성맞춤

정상 멋진풍광 등 완만한 등산로도 남녀노소 산행에 적합

억새들이 하모니를 이룬 울산 신불산에 지난주에 다녀와 눈 앞에 삼삼한데, 고향 출향인으로 구성된 대구화림산악회에서 억새풀로 유명한 보령의 오서산으로 간다는 소식이 왔다. 행선지를 오서산으로 정하고 그곳의 산행 자료를 모아보니 충청도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오서산엔 억새가 최고의 명품인데, 전국의 유명한 억새군락지로 소개되고 있다.

가을나들이는 억새가 멋을 돋운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인 억새가 유명한 5대산은 강원 정선의 민둥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남 밀양의 사자평고원과 창녕의 화왕산, 그리고 보령의 오서산이다. 그밖에 경기 포천의 명성산이나 신불산, 간월산도 유명한 곳이다.

오서산으로 산행하는 당일, 고향사람들과의 동행과 억새풀, 그리고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아침 일찍 약속 장소로 나가 선후배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선 차에 올랐다.

오전 7시에 대구를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린다. 자리에 앉아 차창 밖의 산하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오전 10시30분경에 보령 광천의 상당마을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비를 챙겨 차에서 내려 하늘을 보니 구름들이 많다.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다. 일행들은 등산코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산행을 준비한다.

오서산은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아온다. 산악회의 관광버스를 타고 오지만 오서산 들머리인 담산리 상당마을이 장항선 광천역에서 4km 거리에 있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한 산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오서산 등산 코스를 보면 1코스로는 상담 마을 - 정암사 - 오서산 정상 - 중계소 - 청연 마을 코스로 거리가 약 9km에 소요된다. 2코스는 상담마을에서 오서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같은데, 하산하다가 중계소에서 시루봉을 거쳐 성연 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3코스는 2코스와 반대 방향인데 성연 저수지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상당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우리 일행들은 2코스를 선택했는데 일반적으로 상당마을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성연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 억새가 피기 시작한 산길은 호젓한 그리움을 안겨준다.
▲ 억새가 피기 시작한 산길은 호젓한 그리움을 안겨준다.

상당마을회관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해 정암사 쪽으로 향한다. 개울을 건너 숲속으로 들어서서 한참 오르니 임도를 만나고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여름산행이 아니고 등산로 초입이라 힘이 들지 않는다. 편안한 기분으로 길을 걷는데, 등산을 시작한지 25분 정도 오르니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정암사가 나타난다.

수백년생 느티나무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정암사는 고려 때 대운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고, 백제 무왕 때 무렴국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는 고찰이다. 극락전에서 경배를 드린다. 지난번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집사람이 하루빨리 쾌유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기도를 마치고 경내의 약수를 떠 마시고서 다시 일행들과 함께 행보를 이어나간다. 정암사 위로 보이는 산엔 암릉들이 있고 가파르게 연결돼 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을 해야 한다.

산길을 어렵사니 올라타고 바위벽을 지나니 길은 급하게 이어지고 있다. 오르막이 계속된다. 조심스럽게 올라보니 오서산 주릉에서 던목고개로 뻗은 능선과 이어지는 안부를 만난다.

안부에 올라서서 주변을 살펴보니 시야가 탁 터지면서 서해바다가 눈 아래 펼쳐진다. 올라갈 오서산의 주봉을 따라 억새밭이 이어지는 모습은 마음을 한없이 편하게 만들어준다.

▲ 등산의 별미, 암벽 능선을 올라가는 일행들.
▲ 등산의 별미, 암벽 능선을 올라가는 일행들.

잠시 경관을 살펴보다가 길을 재촉해 암릉 능선 길을 억새군락지 사잇길을 걸으면서 가을의 한 가운데를 걷는 기분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억새 길은 주릉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저 멀리 펼쳐지는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은 또 하나 그리움을 끝없이 이어내고 있다.

오늘 등산 온 화림산악회 회원들은 동해안에서 자라나 동해바다를 보고 자라온 사람들이다. 회원들이 바다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를 테지만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면서 얼마나 그리워했던 바다풍경이었는데, 서해바다를 보며 등산하는 기분은 고향바다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억새풀이 피기 시작하는 길을 걸으니 고향 뒷동산의 능선을 걷는 분위기여서 기분조차 유쾌하다.

멀리 바다를 보며 고향 사람들과 함께 고향 분위기를 이야기하면서 걷는 산행이 행복하다. 게다가 가을이 익어가는 자연 속에서 동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기분으로 걷다보니 어느덧 오서정에 도착했다. 서해안을 볼 수 있는 오서전망대이다. 산위에 데크를 설치해 오서산 정상을 오르는 산행객들에게 서해바다의 비경과 억새 군락지 구경을 겸해 휴식의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전망대에서 일행들은 사진을 찍고 주변을 살펴본 뒤에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가벼운 걸음걸이를 내딛어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790.7m 높이의 오서산은 성주산에 이어 충남 제2의 높은 산이고 3대 명산에 속한다. 차령산맥이 서쪽으로 달려간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산 아래로는 질펀한 해안평야와 푸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언제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해안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혹은 등대 구실을 하기에 예로부터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려왔다. 산 이름의 유래를 보면, 까마귀와 까치들이 많이 서식해 `까마귀 보금자리`로 불려 와 오서산이 됐다고 한다.

정상까지 올라오면서 느낀 점은 오서산이 장항선 광천역에서 멀지 않고, 또한 등산로가 그리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가 즐겁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 등산 동호인들이나 가족 등반객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매년 10월 중순경 억새의 장관이 최고조에 달할 때에 이곳에서 등산대회가 열리는데 지난해 10월20일 열린`제11회 오서산 억새풀 등산대회`는 전국에서 찾아온 등산객들로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 오서산 전망대에서 화림산악회원들의 등반 기념 사진 촬영.
▲ 오서산 전망대에서 화림산악회원들의 등반 기념 사진 촬영.

정상에서 보는 서해바다의 비경과 주봉 아래 펼쳐진 억새군락지의 장관들이 명소인 오서산은 알려진 대로 접근성이나 풍광에서 등산인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오서산 정상에서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주변의 풍경들을 가슴에 안으며 눈을 감고 이곳 풍경들을 마음에 스케치해본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 오서(烏棲)라 부른/ 이 곳 산에는/ 군데군데에 기암괴석이/ 널려있는 풍경이 멋있지만/ 소나무 숲길도 아기자기해/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억새가 피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보며/ 정상에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지는 서해,/ 손에 잡힐 듯 천수만에서/ 여심을 헹구는 철새들의/ 자유로운 비상을 그려본다.”(자작시 `보령 오서산에 올라` 전문)

오서산에서 좋은 풍광들을 만끽한 일행들은 하산 채비를 한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남쪽 능선을 타는데 일부 구간에 암릉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필자는 일행들과 오서산 등산에서 느낀 점을 공감하면서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 길을 걷는다. 한참 가다보니 중계소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왼편으로 가면 월정사를 거쳐 오서산자연휴양림을 지나면 명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고, 곧장 가면 시루봉을 거쳐 성연리 마을이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성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30분이다. 공식적인 등산은 종료했다. 그렇지만 동해바다를 보고 자란 고향사람들이 서해에서 좋은 등산을 했으니 화림산악회원 모두 좋은 기분에 주차장에서 뒤풀이를 했다.

평소 그리워하고,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끼리 산에 오르내리면서 담소를 즐겼고, 등산이 끝나고서도 동행의 자리가 아쉬워서 가오리회무침 등 산악회 집행부가 마련한 음식을 들면서 못다한 말들을 나눴다. 공통된 이야기는 이곳 오서산에 등산을 잘 왔다는 말이다.

조금 힘은 들었지만 마음 편히 산에 올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을이 익기 시작하는 자연의 경관들, 멀리보이는 서해의 섬들 그리고 바다, 하늘과 산에 마을 풍경까지 하나같이 그리운 모습들이다.

그래서 다시금 가보고 싶은 곳이 서해바다 낙조가 산상의 억새풀에 스며들어 아름다운 보령의 오서산이다.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