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악구조협회와 함께 한 中國 설보정 트레킹 ⑥
이른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는 종일토록 구채구 자연풍경구를 구경하면서 5시간 이상 걸었으니 피로를 느낄 만도 한데, 머리가 더 맑고 기분이 좋다.
그것은 이번 설보정 트레킹에 동행한 멤버도 좋지만, 코스 자체가 대한산악구조협회(회장 강석호 국회의원)에서 정해 산악 트레킹과 하이킹을 겸한 관광이기도 해서다. 또 민산산맥 아래 펼쳐지는 설보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쑹판고성, 천주사의 향토색 듬뿍 배인 마을, 뤄얼가이 초원지대, 황룽과 구채구의 자연풍경구들은 비록 8박9일간의 트레킹이지만 자연과 동화되면서 산을 사랑하게 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번 중국 여행 중 마지막 숙박한 곳이라 생각하니, 또 명승지인 구채구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애착이 간다. 그래서 바깥을 빠져나와 아침공기를 마시며 구채구 시내 풍경과 높이 솟아있는 산들을 본다. 격상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와 휴식을 끝내고서 짐을 정리한다. 오늘은 강족전통마을로 가서 강족 현지인들의 생활과 모습을 둘러보고 청두로 떠나는 일정이다.
아침 7시, 일행들은 각자 가방과 물건들을 싣고 차에 오른다. 일행을 태운 차는 구채구 시가지를 빠져 나와 긴 도로를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돌고 돌아간다. 산에는 구름이 피어오르고 민강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차가 달리는 사이 필자는 며칠 전에 구경하거나 트레킹에 올랐던 지역, 쑹판고성 지역을 지나면서 그 때 일을 생각해본다.
모계사회 소수민족 강족이 사는 마을
강족마을로 가는 도중 원촨 휴게소에서 현지식으로 식사를 마치고서는 차에 올라 출발한지 5시간이 지나 원촨지역 백석 짱자이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 강족마을이 있다.
필자는 차를 타고 오면서도 강족 마을이 산속이나 강 인근에 있는 작은 마을인줄 알았는데 착각이다. 도시 형태를 이루며 강족들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지역이다. 북쪽으로 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강을 따라 수십호의 강족들이 모여 사는 건축물이 지어져 있다. 마을의 거리와 건축물들이 비교적 깨끗해 물어보니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한 후에 이 마을을 복구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된지라 우리일행들은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은 현지식으로 정해졌는데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중식이다. 점심을 마치고 강족마을 관광에 나섰다.
쓰촨성 대지진으로 엄청난 재앙
2008년 5월 12일 발생한 진도 8의 대지진은 쓰촨성 원촨지역과 강족마을이 있는 이 지역을 강타했는데, 그 당시에 9만여명이 사망했거나 실종됐다고 하니 엄청난 재앙이었다.
마을을 다니다 보니 `행복모탁(幸福牟托)`이란 글이 써져 있는데, 대지진 당시 강족마을의 지진복구현장을 방문했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써준 휘호라고 한다. `모탁`이란 강족 언어로 `천관(天官)`을 뜻하는데 이 마을에서 관리들이 많이 배출됐다고 한다.
마을 관광에 나서서 상점에 들려 물건을 구경한 후에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이 마을을 가로질러간 차마고도의 조형물이 서 있는데, 이곳이 차마고도를 지나가는 길이라 한다. 차마고도는 지난 2007년 한국의 KBS가 6부작으로 제작해 국내에 방영한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 차마고도`를 통해 알려진 곳이다.
차마고도는 `마방(馬幇)`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말과 야크를 이용해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서로 사고 팔기 위해 지나다녔던 길들로 중앙아시아의 주요 교역로이다. 중국과 티베트, 네팔, 인도를 잇는 육상 무역로이기도 한데, 쓰촨성과 윈난성 두 가지 경로, 여덟 개 노선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이 길은 실크로드보다 200여년이나 앞선 기원 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대의 무역로로 알려져 있다. 이곳을 통해서 중국의 문화가 네팔, 인도, 심지어는 유럽까지 문화의 교류가 활발히 전개됐다. 해발고도 4000미터가 넘는 험준하고 가파른 길이지만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길로 유명하다.
백운석 신성시하는 전통
모계사회 소수민족인 강족마을은 가옥형태가 특이하다. 전쟁을 즐겼던 강족은 매번 패배를 당하고 쫓겨나 지금도 강족들은 산속이나 산꼭대기에 주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돌을 쌓아올려 만든 전통가옥은 매우 튼튼하며, 가옥 밑으로 미로같은 인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고 한다.
강족은 중국대륙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많지 않은 민족이지만 역사가 오래된 민족이다. 지금 한족의 조상이라고 해 중국정부에서 강족의 문화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강족들 사이에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오랜 옛날 강족 중 한 부류가 민강상류로 이동하여 왔는데 낯선 종족과 부딪치게 되었다.
강족은 그들과 전쟁을 하였고 계속적인 패배를 거듭한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하려 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꿈에서 신의 계시를 얻어 단단한 백운석과 나무막대기로 무기를 만들어서 손잡이에 양털로 표지를 새기고 싸우면 이긴다고 해 마침내 전쟁에 승리하였다.
이후 강족들은 안전한 거주지를 얻게 되었고 신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하여 백운석을 가장 높은 하늘의 신으로 섬기고 있는데 이러한 습관은 지금까지 전해진다.
사천요리로 유명한 청두
강족마을 관광을 모두 끝내고서 일행들은 청두로 향해 떠난다. 대지진이 가장 심했던 원촨지역을 지나 청두에 도착해보니 저녁 무렵이다. 강족마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우리가 중국음식을 말할 때에 사천요리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사천의 청두(城都)가 바로 여기요, 사천의 중국발음이 쓰촨인 것이다. 사천요리로 유명한 고장에 도착한 것이다.
청두 시내로 들어오면서 가이드가 청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준다. 2008년 인근지역인 원촨에는 큰 지진이 발생했는데, 청두에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기후 관계로 곡식을 3모작을 해 식량이 풍부한 지역이라 하며 쓰촨성의 쌀 생산량이 중국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귀한 약재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라고 소개한다.
우리 일행들이 중국에 온 첫날, 한 밤중에 청두국제공항에 도착해 청두에서 숙박하고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송판으로 떠났으니 청두 시내를 구경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밤 11시 50분인 관계로 오후 시간을 이용해 청두 시내에 있는 민속시장과 유비의 묘,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무후사, 금리고가(錦里古街)에 들려 구경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구경나온 사람들이 엄청 많아 상점과 거리에 발 디딜 틈이 없이 많다. 거리구경과 민속박물관 들을 한 바퀴 돈 후에 약속시간에 일행들과 다시 만나 식사하러 청두에서 약선요리로 유명한 친싼자이(欽善齊) 식당으로 갔다.
사천 전통의 힐링요리인 약선요리는 중국 황제에게 올리던 요리비법을 이용해서 만든 요리다. 음식으로 유명한 사천에서도 알아주는 음식으로 종류가 다양하고 뒷맛도 깨끗해 좋았다.
8박9일 일정 마치고 경험담 나눠
이번 일정 중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설보정 트레킹에 함께 참여한 대한산악구조연맹 대원들과 일반 트레킹 참가자들은 8박9일간 함께한 경험담들을 서로 털어놓았다.
외국에 나와서 기후와 음식도 맞지 않은 지역에서 고생도 했지만, 산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자연사랑의 당위성을 다시한번 느끼도록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대한산악연맹의 강석호 회장과 구조대원들에게 필자는 감사함을 전한다.
이제 남은 일정은 공항으로 가는 일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식당에서 나온 우리 일행들은 공항으로 이동해 수속을 밟고 현지가이드와 작별을 나누고서는 공항 대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영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에 아시아나 비행기에 오른다.
이번 대한산악연맹 구조팀과 함께한 8박9일간의 설보정 트레킹은 매주 산행을 하는 필자에게는 자연을 대하고 산에 오르는 기본 마음 자세부터 일깨워준 데서 그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산을 더욱 사랑하고 자연의 지혜를 배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순리에 따르고, 산이 스스로 깨달게 하는 인내를 배워 살아가라는 메시지로 필자는 가슴에 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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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찬 ㈔독도사랑운동본부 대구시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