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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대둔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5-10-02 02:01 게재일 2015-10-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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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병풍에 취한 신선, 하늘을 그려 놓았네
▲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는 대둔산의 최고봉 마천대(878.9m). 이곳 정봉에 오르면 맑은 날 지리산과 서해바다가 보이는 절경을 만난다.

가을산행 시즌이 다가왔다.

올여름이 가장 더웠다는 기상대 자료가 있었지만 등산하기 어려운 계절을 용케도 잘 지냈다. 잘 지냈다는 것은 필자가 여름산행하면서 아무런 탈 없이 계획된 등산지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다. 연이 닿아 전국의 유명 산을 소개하기 위해 필자가 경북매일신문에 산행기를 연재한지도 120회가 넘었다. 2013년 3월부터 시작했으니 연재기간으로 쳐도 2년 6월이 지났는데, 이처럼 사계절 등산을 빠짐없이 하는 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내게도 할 수 있다는 위안이 되어서 좋다. 하지만 굳이 필자가 산행기를 쓰면서 걸어온, 또는 걸어갈 등산길을 따지자면 이제 날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을 지나 하산 길에 접어들면서 지나온 산을 되돌아보면 산굽이가 곱기 그지없고 그 발자취마다 애환이 서려있고, 또 다가서는 산의 그림자는 아름답게 여울진다.

산행에서 어느 산이든 첫디딤하는 곳에서는 기대와 긴장과 함께 맘 설레게 한다. 그 산이 높든 낮든지 간에 시작해서 정상에 오르고 또 무사히 도착지에 닿을 데까지의 산행시간은 자연과의 대화하는 시간이자, 무수한 자연의 교훈을 깨달게 하는 학습의 시간이기도 하다.

▲ 대둔산 명소 수락리 구름다리.
▲ 대둔산 명소 수락리 구름다리.
◇ 봄 진달래, 여름 영봉·장폭, 가을 단풍, 겨울 설경… 경치 수려해 `남한의 소금강` 별칭도

고향사람들의 산악모임인 재구화림산악회에서 제177회 정기산행으로 대둔산으로 정했다. 대둔산은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에 있으며, 하나의 산을 두고 전북과 충남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으니 그만큼 산이 좋다는 뜻인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치가 좋다.

이 산은 인터넷 코너 `한국의 산하` 1년간 접속통계에 의한 순위에서도 `100대 인기 명산` 순위가 6위에 올라있을 만큼 산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산이다. 산세가 수려하면서도 산 곳곳에서 펼쳐지는 기암괴석이 산악인의 마음을 끌게 하는 산이다. 돛대봉, 낙조대, 마천대를 비롯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는 기암단애와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데다가 산세가 수려해 `남한의 소금강`이라 불리고 있다.

`봄철에는 진달래, 철쭉과 엽록의 물결, 여름철의 운무속에 홀연히 나타나고 숨어버리는 영봉과 장폭, 가을철 불붙는 듯 타오르는 단풍, 겨울철의 은봉 옥령은 형언할 수 없는 자연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설경”이며 낙조대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낙조가 장관이다`는 설명은 대둔산으로 오기까지 필자에게 많은 기대를 갖게 해준다.

9월에 들어서니 날씨도 선선해지고 구름이 조금 끼어 있기는 하나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이다. 들머리인 수락전원마을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 됐다. 수락전원마을에서 산을 올려다보니 돛대봉과 바위군 산자락이 보인다. 우리 일행들의 산행코스는 수락전원마을을 출발해 돛대봉에 올랐다가 낙조대를 거쳐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 올랐다가 구름다리를 타고서 동심바위위 쪽으로 내려서서 주차장으로 가서 산행을 끝내는데, 총 거리는 7km이고, 5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소나무 숲길로 초입 쉽지만 암릉코스 많아 체력소모 대비해야

등산을 시작해 사당을 지나니 나무숲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금 걷다보니 길가 나뭇가지에 알록달록 등산모임 깃발들이 꽂혀 있어 여기가 들머리인줄 직감했다. 그 길을 걸어 들어가니 능선으로 오르는 돌계단길이 아기자기하게 나타난다. 그 길을 이어가 주능선길 까지 가는 길은 소나무 숲길로 걷기가 편하다. 한참동안 솔 숲길을 기분 좋게 걷다보니 이내 주능선이 나오고, 능선을 타고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험난한 암릉 길에서 조심해서 오른다.

산행길은 솔숲 사이를 지나는 편안한 길이 짧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돛대봉을 지나 낙조대 까지는 암릉들이 많아 그 암봉들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코스이자 조심을 해야 하는 산길이다. 수락전원마을에서 올려다보았을 때는 바위 군들이 있었지만 산 나무로 덮여져 조금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보였는데 막상 산에 올라 그 지점에 당도해보니 넘어야할 암봉들은 그게 아니다.

마을에서 30분 가파르게 오르니 첫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왼쪽 방향으로 돛대봉이 가깝게 보이고 낙조대는 오른 쪽에 자리잡고 있다. 521봉을 지나 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은근한 오름길 이다. 필자는 낙조대, 마천대로 이어지는 산의 코스와 등산 길이를 판단하면서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서 체력소모에 대비해 안배를 한다. 그래야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 돛대봉과 낙조대에 이르는 멋진 `북릉` 암릉지대.
▲ 돛대봉과 낙조대에 이르는 멋진 `북릉` 암릉지대.
◇ 돛대봉서 낙조대까지 변화무쌍한 대둔산 북릉 코스 `묘한 맛` 인기

숱한 암봉을 타고 올라 돛대봉에 도착해 주변의 경치를 즐기다가 다시 산행을 조심스럽게 이어 낙조대로 향한다. 대둔산 등산에서는 돛대봉에서 낙조대까지를 일컫는 `대둔산북릉` 산행코스가 매우 좋다. 다소 길이 험난하고 암릉타기가 반복되기는 하지만 묘한 산행의 맛을 준다.

능선길을 계속 이어가 748봉을 지난다. 암릉 위에 소나무가 멋스럽다. 산에서 휴식처나 전망 좋은 곳을 가면 명품 소나무 한두 그루는 만날 수 있는데, 계절에 관계없이 그 소나무는 한 폭의 그림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 멋스런 소나무를 마음에 넣어두고서 왼편 저 아래로 천년고찰 태고사를 보면서 낙조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낙조대에 도착했다. 낙조대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몰광경이 뛰어난 곳으로 소문이 나 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서해로 지는 해가 일품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용문골 삼거리와 산장매점과 지나 왼편 칠성봉을 보면서 산길을 이어가 대둔산 정상에 올랐다.

마천대(878.9m).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이름붙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맑은 날에 산 정상에 서면 진안군의 마이산이 보이고 멀리로는 지리산 천왕봉과 변산반도의 서해바다까지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광경을 짐작할 수 있다. 산군데 군데에서 뾰족하게 솟은 바위 군들의 모습들은 금강산 못지않은 절경이다. 지금은 대둔산관광호텔에서 편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오를 수 있으니 편리하기까지 하다. 정상을 보고서 삼선바위에 놓여 있어 삼선계단이라 부르는 다리를 타고 내려선다.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데 앞서 가는 사람만 믿고서 따라 갈 뿐이다. 긴장하면서 계단을 지나서 다시 금강구름다리를 타고 건넌다. 이 다리는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1m에 폭 1m 설치되어 있는 다리로 대둔산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구름디리를 타고 내려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해본다.

◇ 동학군 최후의 항전지…역사적 흔적 간직한 `하늘과 맞닿은 산`

`고향사람들과 함께/ 완주 대둔산으로/ 9월 정기산행을 한다./ 돛대봉과 낙조대까지/ 유명한 북릉 길은/ 밧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제법 솔솔하구나.// 마천대에 한번 서 보라!/ 주변에 보이는 것은/ 기암괴석과 멋진 소나무/ 흐르는 구름조차 신선하다./ 고향사람들과 동행하는/ 대둔산 산행길이/ 이리도 흐뭇하구나.`(자작시 `대둔산에 올라` 전문)

대둔산은 산속에 있는 험준한 지형이다. 그래서 이곳은 1894년 동학군 최후의 항전지이기도 했고, 또 6·25전쟁 때 좌익무장유격대들이 대둔산을 중심으로 무장 유격 활동했다. 국군·경찰 합동으로 1950년 11월부터 진압작전을 벌렸는데, 휴전되고도 소탕작전은 계속되어 1955년 1월까지 이어졌고, 그해 2월에 가서야 완전히 종료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이같이 많은 전설과 역사적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대둔산이어서 그런지 근래에 더 각광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름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 경관을 보고 동심바위를 거쳐 집단시설지구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 10분이었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5시간 정도면 완주할 줄 알았는데 암릉을 조심스럽게 타느라 시간이 1시간 반이 더 걸렸다.

대둔산의 정상, 마천대를 두고 선조들은 `하늘을 만질 수 있는 봉우리`라고 할 정도로 이곳 산을 높은 곳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보이는 경치가 장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이 명산이어서 그런 느낌으로 호칭해왔는지도 모를 일인데, 어쨌든 고향 산우회와 함께 좋은 산에 오른 기쁨이 크다.

그기에다가 구름도 조금 끼어 날씨마저 산행하기에 좋았고, 바위산을 오르고 내리느라 힘들었지만 계획대로 산경치가 천하절경인 대둔산의 멋진 비경들을 체험했으니 흡족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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