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막한 능선에 바람부네, 솔향인가… 바다내음인가…
해발 200m 낮은 경사 등 초보자도 쉽게
소나무 잎 쌓여 푹신한 솔숲 등산로 재미
경남 통영은 섬이 많은 곳이다. 남해 바다 통영시 관내에 크고 작은 섬이 567개나 흩어져 있으니 상상만 해도 한 폭의 그림으로 떠오르는데, 최근 몇 년간 필자가 통영을 다녀오면서 마음에 담겨진 풍경들도 만만치가 않다.등산을 한 이후를 포함하면 서너 번 더 되지만 필자가 경북매일신문에 산행기를 쓴 이후에 통영을 다녀온 것만 해도 네 번이나 되는데, 물론 섬 구경이 아니라 산행 횟수 인 것이다.
통영시가 자랑하는 관내의 산은 시내에 있는 미륵산, 사량도에 있는 지리산, 욕지도의 천황산 등이다. 2013년 12월에는 미륵산, 2014년에는 사량도 지리산(3. 7.자 산행기 게재), 욕지도 천황산(4.18.자 산행기 게재), 올해 2월에 비진도 선유봉에도 다녀와 산행기를 올린바 있다. 육지에 있는 산도 아니지만 많이 다녀온 편인데, 이번에는 광도면에 있는 발암산 등산이다.
산우회 회원들과 통영 발암산으로 가는 차안에서 산악회에서 정리해 준 자료를 보니 발암산 등산은 대구 산악인들이 자주 찾아가서 이름을 알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면서 발암산은 산행객들이 `해발이 낮고 이름 없는 산은 볼거리가 없다`는 통상적인 생각을 확 바꿔주는 산이라고 안내하고 있어 평소에 육지의 산과 함께 섬에 있는 산을 즐겨 찾아가는 필자에게 은근히 기대를 주고 호감을 갖게 한다.
통영시에서도 천혜의 섬 자원을 이용해 힐링 관광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시민들의 여가선용뿐만 아니라 전국의 등산객들에게 널리 이용토록 하기 위해 발암산 등산로를 새로이 만든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발암산은 광도면 일대에 인구 1만 명 규모의 죽림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산책코스로도 주목을 받아 왔던 터에 통영시에서 발암산과 제석봉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를 개설했던 것인데, 코스는 강남병원에서 산행을 시작해 제석봉(279.1m), 발암산(261m)을 거쳐 사회복지법인 신애원에 이르는 9㎞ 구간에 걸쳐 있다.
제석봉과 발암산은 해발이 200m대에 이르는 비교적 낮은 곳으로 등산로 경사도 완만해 등산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자주 이용했다.
그러다가 대구 산악인들이 즐겨 이곳을 찾으면서 소문을 탔고, 지금은 광도면에 인구가 유입돼 면 인구로서는 큰 3만명에 이르고 있으니 인기가 높은 산이다.
대구에서 7시 반에 출발한 버스가 통영시 광도면에 소재한 통영농업기술센터 앞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 경이다. 오던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왔으니 3시간 거리면 섬 입구까지 닿게 되니 편리한 교통이다.
차에서 내려서 산행준비를 하면서 이정표를 살펴본다. 강남병원을 지나 용봉사 절 밑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거리로는 8.6km 쯤 되지만 산이 완만한 편이고 코스가 어렵지 않아 3시간 반 남짓하면 산행을 모두 마칠 수 있다.
이번 등산일정은 오후 3시20분에 신애원 인근에서 산행을 종료하고 서호시장으로 이동하여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갖고 5시 20분에 대구로 출발할 예정이다. 그러니 시간적으로는 넉넉한 편이어서 발암산 등산을 하면서 아기자기한 남해바다를 싫도록 조망해도 좋을 것이다.
용봉사 절 밑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절을 지나 5분쯤 걸어가니 소나무가 어우러진 등산길이 이어진다. 이 등산길은 통영시에서 말끔히 정비해놓아 걷기 좋은 산길이다. 솔숲 사이 산길은 떨어진 소나무 잎들이 수북이 쌓여 걸어가는 느낌이 푹신해보일 정도다.
완만한 산등성이 코스를 타고 오른다. 산이 낮지만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보니 눈 아래로 마을이 보이며 남해의 섬들이 여기저기서 올망졸망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려수도 섬들과 통영의 푸른바다 인기
산 능선을 타고 30분 정도 산행하니 전망바위가 나타나 그곳에서 잠시 휴식하며 바다를 바라본다.서쪽으로 한려수도가 그림처럼 떠 있고 아래에는 용호마을이 가까이에 있다.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는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아쉽다. 필자는 다소 빠른 걸음으로 산행한 덕에 들머리에서 출발한지 50분 만에 제석봉에 도착했다. 통영강남병원에서 제석봉까지는 2.2km거가 되니 등산초보자라도 이런 코스에서는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당도할 수 있는 거리다.
제석봉은 해발 높이가 279m로 발암산에서는 가장 높다. 바다에 접한 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도 바라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데, 필자는 제석봉 옆 바위전망대에서 한려수도를 바라보니 통영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된다.
일행들은 산행길을 계속 이어간다. 일요일마다 등산을 하지만 함께 산행하거나 등산 도중에 전국에서 온 많은 산행객들을 만나지만 발암산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리 가벼울 수가 없어 보이는데, 그리 높지 않은 아담한 산에다가 완만한 경사가 있어 그런가 보다. 제석봉에서 내려서서 눈앞으로 전개되는 바다 전경을 마음에 담으며 15분정도 걸어가니 암수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두 개가 함께 서 있는데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아도 이름이 왜 암수바위가 되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암수바위를 지나 다시 15분 정도 걸어가면 바위군들이 나타나고 널찍한 바위에서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바위전망대다. 여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소망자도, 대망자도, 목섬을 비롯한 많은 섬들의 모습들이 가까이 보인다. 아직 발암산 정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제석산과 발암산을 오르며 보는 풍경들은 대동소이하다.
편안한 산등성이를 걸어가면서 계속 바다와 산 아래에 펼쳐지는 마을을 보며 걷는 길에는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있고, 길가 군데군데에서 정성들여 쌓아올린 작은 돌탑들이 있다.
아마 인근마을 주민이나 산행객들이 오가면서 양편 길가에 돌탑을 만들고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다 조망을 한 후에 발암산 정상 아래에 솟은 264봉을 지난다.
지나는 길에는 널찍한 바위들도 많으니 산행길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다가서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으니 산행 내내 바다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통영 발암산의 특징이기도 하다.
발암산 정상에 도착해보니 자연스런 모습의 `통영 발암산 261m`를 알리는 표지목이 우두커니 서 있다.
산 정상 부근에는 산불초소가 있고, 그 옆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두고 흔들바위라고 한다.
산행내내 다도해 감상이 발암산의 매력
작아서 화려한 조명은 받지 못해도 남해의 한려수도를 지키며 묵묵히 서 있는 산이 바로 발암산이다. 필자는 잠시 정상에 서서 사방을 한 바퀴 돌면서 눈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을 마음에 느껴본다.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갑자기 기분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필자도 바다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고, 오십이 지난 이때까지도 고향의 바다풍경을 생생히 기억하며 그리워해온 까닭이리라. 사방을 보니 북쪽으로는 천계산(524.5m)이 보이고 그 좌우의 남해가 보인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거제도의 계룡산과 미륵도가 나타난다. 서쪽의 사량도는 지리산(통영 지리산) 모습이 보이는데, 그곳 산은 작년 봄에 필자가 다녀온 곳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섬 산에 오르면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바다 가운데서 숲처럼 펼쳐지는 다도해 사이를 어선들이 달리면서 일으키는 하얀 포말은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이름없는 들풀이/ 수수하고 아름답듯이 / 명산이 아니어도 산들은/ 제각기 모습을 간직하거늘/ 여기에 와보면 알게 된다./ 동네 뒷산 같은 발암산이/ 어찌해 인기 있는가를,// 은은한 솔향기 맡으며/ 걷는 솔숲길이 편안하고/ 암수바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림처럼 펼쳐지는/ 남해바다의 고운 풍경들,/ 여기에 서보면 알게 된다./ 발암산이 멋있다는 것을.`(자작시 `통영 발암산에서` 전문)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도 편안하고 쾌적하다. 산길을 타고 내려서면서 헬기장을 지나 아랫편의 전원마을로 내려서면 만나는 작은 봉우리에서 보는 경치도 시종일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산행 내내 그런 기분이다.
발암산 정상을 오르내리며 만나는 통영의 푸른 바다. 다도해의 해상에 점점이 떠있는 수십 개의 아름다운 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처ㅚ근에 들어 전국의 등산객들이 발길이 잦은 곳이 바로 발암산이다.
우리 일행은 하산길에서도 좋은 풍경들을 마음에 담으면서 죽림리 하산 길로 내려서서 오후 3시 20분경 신애원에 도착해 산행을 종료했다. 남은 일정은 통영 서호시장으로 이동해 회 센터에서 발암산 등산에서 좋았던 것들을 생각하며 자유시간을 갖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때론 날씨가 안개가 희뿌옇게 끼어 필자가 찍은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 걱정인데, 천혜의 한려수도 통영의 경치와 발암산, 제석봉 산행이 좋았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