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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용암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5-06-19 02:01 게재일 2015-06-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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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아도 울퉁불퉁 바위 알통

▲ 영주 용암산은 대동여지도에 나올 만큼 예로부터 이름난 산이다. 높지 않으면서 온갖 모양의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아름다운 작은 공룡능선이 이어지니 명산에 부족함이 없는 산이다.
▲ 영주 용암산은 대동여지도에 나올 만큼 예로부터 이름난 산이다. 높지 않으면서 온갖 모양의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아름다운 작은 공룡능선이 이어지니 명산에 부족함이 없는 산이다.
등산을 하다보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 등산로 정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등산로 중에서 위험한 구간이 있으면 안내문이나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한 곳이 많다.

또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집중홍보하기도 하고, 축제 등을 열어서 전국의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을 유치하는데, 그로 인해 전국 어디를 가도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대동여지도에 등장 `숨은 명산`

영주시 2007년부터 등산로 정비

최근엔 관광객 등 많이 찾아

갖가지 형상의 바위 전설 간직

용암산 바위공원 애칭 어울려

영주에 있는 소백산이나 용암산도 그 중 하나다. 소백산은 영주시에서 해마다 철쭉꽃행사를 해 널리 이름이 난 곳이지만, 역사가 있는 용암산 바위공원은 그대로 내버려둔 것을 영주시가 등산객을 위해 2007년부터 용암산 일대 등산로 정비사업을 했다. 덕분에 그해 3월부터 경상북도 지역밀착형 관광자원으로 선정돼 지금은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영주시 안정면과 봉현면 경계에 있는 해발 637m 높이의 용암산은 산이 그다지 높지 않고 산행 길이 소나무 숲길로 편안하게 이뤄져 있어 웰빙 산행으로 제격인데, 특색 있는 바위들이 많고 갖가지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용암산 바위공원이라는 명칭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매년 1월에는 해맞이 행사가 열리고, 6월에는 달맞이 행사에다가 또 가을에는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와 함께 사진촬영 대회가 열리니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일반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며 평소에는 시민공원의 역할을 하니 시민들도 자주 찾는 산이다.

이번에는 영주의 용암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야기 듣기로 용암산 등로에서 온갖 모양의 바위들을 다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대를 갖고 아침 8시에 차에 올라 영주를 향해 출발했다.

영주는 교통이 좋은 도시다. 55번 고속도로가 있고, 중앙선 철도가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 용암산을 가려면 55번 고속도로에서 영주 IC나 풍기 IC로 빠져나와 안정면으로 지방도를 이용하면 되는데, 성곡마을을 들머리로 봉암마을을 날머리로 했을 경우 영주 IC가 편하고 그 반대로 했을 때는 풍기 IC가 가깝다.

일행을 태운 차는 용암산 들머리가 있는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10시 40분이다. 필자는 산행에서 늘 하던 대로 간단히 운동을 하고서는 일행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성곡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언덕 능선을 타고 30분정도 가니 송전탑이 나타나고, 다시 10분정도 걸어서 집봉 정상에 이르렀다.

▲ 시루봉 가까이에 있는 거북바위.
▲ 시루봉 가까이에 있는 거북바위.
잠시 쉬고 나서 능선길을 타고서 용암산 방향으로 가는데, 가는 길목에 이어 있는 주마산, 시루봉은 거의 직진형으로 돼 있어 길게 능선을 타고 산행하면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보는 게 용암산 등산의 색다른 맛이다.

집봉을 내려서서 소나무 숲길을 잠시 걷고 짧은 시간 깔딱고개를 넘어가니 우거진 나무숲속 `주마산`이란 표지목이 있어 여기가`주마산이구나` 생각하면서 무릎재로 향한다. 아직은 용암산 명물인 바위군이 나오지 않아 어느 능선처럼 신록이 짙어가는 산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무릎재와 호두밭 삼거리를 지나서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니 누에머리다. 여기에는 산불초소가 있는데 잠시 쉬기로 했다. 등산을 시작한지 2시간이 흘렀고 거리로는 6km 남짓 왔으니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생각으로 자리를 잡는데, 우리 일행밖에 없어 조용한 편이다.

나무아래 그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난 뒤에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여기서부터 바위군들이 나타나고 모양에 따라 이름들이 붙어져 있는데 먼저 나타난 것이 송이바위였다.

바위가 생긴 게 영낙 없는 송이 모습이다. 본래 이 바위는 여기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보았을 것인데, 송이바위라고 누가 이름붙인지는 몰라도 바위모양을 보고 잘도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고 바위를 돌아가면서 생긴 모양새를 보고서 다시 길을 나서 20분 정도 걸어가니 시루봉 정상 못 미쳐 자리 잡은 바위가 거북바위다.

거북바위를 보고나서 잠시 오르니 시루봉 인데, 이 역시 떡시루처럼 생겼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봉 정상에서면 영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새해에 안정면 주민들이 해맞이행사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정상석이 있는 부근에서 바위가 모여 있는 형상을 보며 무엇을 닮았을까 생각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오른쪽 용수로 가는 용수사 삼거리에서 직진해서 2~3분 가다보니 칠형제바위가 있다 형제끼리 다정하게 붙어있는 바위돌이 정담을 나누는 것 같다.

둥지리봉을 지난다. 여기엔 옛날에 봉화대가 있었던 곳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아군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불을 피운 곳이라서 마을 사람들은 여태까지 봉화대라 불리는데 둥지리봉의 모습이 닭이 알을 품고 병아리를 부화하려는 둥지를 닮고 있어 둥지리봉이라 한다.

둥지리봉을 넘으니 저만치서 용암산 정상이 보인다. 계속 가는 길에서 조금 높은 산봉으로 보일 뿐이다. 가는 길가에서 많은 바위를 만나면서 이름 붙여진 안내판을 보며 가니까 재미가 있다. 장독을 닮은 바위,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 같다고 하여 이름붙인 여의주바위 등 둥지리봉에서 용암산으로 가는 도중에 많은 바위를 보면서 용암산 정상에 에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해 여기까지 거리상으로는 8.8km가 되고, 세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용암산 정상이라 해야 지나가는 길에 정상석을 세워`용암산 정상(해발 635m)`이라고 표시해놨으니 알지, 표지석이 없으면 그냥 산행객들이 지나가는 산봉으로 알 정도다.

▲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송이바위.
▲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송이바위.
정상석을 둘러보고 나무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신록이 더해지는 6월의 산은 푸름이 진해지면서 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잠시 앉아 땀을 식힌다. 용암산 정상에 오르면서 보아온 바위의 형상들을 떠올리며 기암괴석이 만들어놓은 멋진 자연의 작품에 매료되는 순간이다.

“능선을 타고/ 산봉우리를 지나/ 용암산 정상에 오르면서/ 만난 여러 형상의 바위들/ 송이바위에 거북바위/ 장독바위에 자라바위/ 기암괴석은 명품이었다.// 영주, 용암산을 두고/ 여기 사람들은/ 숨은 명산이라 한다./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명품 산이라고 한다./ 그 말따나 작은 공룡능선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산이다”(자작시`영주 용암산을 두고`전문)

다시 산행을 이어나간다. 여기에서 산행날머리인 봉암마을까지는 4km가 조금 넘는다. 가는 길에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가 널려 있다. 그 형상을 보면서 가는 길이니 지루하지가 않다.

자라바위와 새끼자라바위를 지나니 히티재와 봉황대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를 지나 10분정도 걸어가니 솔바위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 4분 정도 걸어가는 이번에는 반달바위 안내판이 있다.

`봄나들이 즐기며 용암산을 지나던 반달이 진달래 만발한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걸음을 멈추어 한적한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안내판이 재미가 있다. 영주 소백산이 철쭉으로 유명한데 인근에 있는 이 산은 진달래가 유명해 달님마저 여기에 머물었던가.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 한적한 길을 가면서 말바위를 보고난 뒤에 길가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 멀리 소백산 풍경을 즐긴다. 산 아래에는 풍기 시가지가 초여름 밝은 햇볕아래 훤히 보인다.

말바위에서 3분쯤 걸어가니 삼국시대 고분군이 있다. 200여기의 용암산 고분군은 주로 봉암리와 용산리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봉암리 고분은 내부구조가 잘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고분을 보고서 10분정도 내려서니 통일신라시대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봉암성터가 나오는데 당시 용암산은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산길을 하산하면서 유적을 보며 내려서다가 용암산의 마지막 유적인 봉황대에서 잠시 머무른다. 봉황대는 넓은 암반이 형성된 곳으로 조망하기가 편한 곳이다. 봉황대와 용암마을의 유래가 안내판에 써져 있는데 단숨에 읽어보니 다음과 같다.

“봉암동 마을에 고관대작을 지내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던 큰 부자가 있었다. 하루는 탁발스님이 시주를 청하였는데 거만스러운 주인이 `이 집이 어느 집인 줄 알고 시주를 달라 하느냐`고 호령하며 하인에게 당장 곳간에 잡아 가두라 명령해 갇혀서 며칠을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던 스님이 간계를 생각해내고 주인과 면담을 요청했다. 자신을 살려주면 자자만대 영화를 누릴 비법을 알려준다고 해 주인이 승낙했다. 스님은 마을 뒤에 있는 바위를 깨뜨리면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은 스님을 풀어주고 석공을 불러 바위를 깨트리니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봉(鳳) 세 마리가 나타나 한 마리는 학가산으로, 다른 한 마리는 비봉산으로 날아가고, 남은 한 마리는 다리가 부러져 붉은 피를 흘리면서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봉이 날아간 후로는 그 부잣집은 망하였고, 피 묻은 바위에는 아직 피 자국이 남아 있으며, 봉이 나왔던 바위라 하여 후세 사람들이 이 바위를 봉암대라 하였고, 마을 이름도 봉암동이라고 하였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봉황대에서 내려다보니 봉황사와 용암리 마을이 저 아래에 보인다. 그 하산 길을 따라 봉황사로 내려선다. 봉황사 앞에서 일행들은 만나서 마지막 여유시간을 보낸다.

용암산은 전국 등산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그렇지만 대동여지도에도 나올 만큼 예로부터 이름난 산인데, 특히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온갖 모양의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아름다운 작은 공룡능선이 이어진 숨은 명산에서 보낸 하루가 더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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