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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쉰움산·두타산

등록일 2015-07-31 02:01 게재일 2015-07-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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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서니 나도 구름
▲ 두타산과 쉰움산, 그 아래 펼쳐지는 무릉계곡. 그래서 삼척시민들은 이곳을 두고 `여름산행의 최고 코스`라고 자랑한다. 산행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하는 곳이 무릉도원 속의 여기다.
▲ 두타산과 쉰움산, 그 아래 펼쳐지는 무릉계곡. 그래서 삼척시민들은 이곳을 두고 `여름산행의 최고 코스`라고 자랑한다. 산행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하는 곳이 무릉도원 속의 여기다.

현대인들이 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대개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다. 또한 자치단체나 사회단체에서도 산에 대해 애착심을 갖는 현상은 산이 국민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게 되자 일종의 홍보용이 더 많다. 명산이고 유명한 산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 많게 된다.

산과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간에는 산 이름 앞에 붙이는 행정구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필자는 그러한 내용을 최근에 알게 됐는바, 시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에 크고 작게 패인

우물 50여 개 있어 `쉰움산`

신라 파사왕때 처음 쌓은

천연요새 두타산성도 볼만

`한국 그랜드캐니언` 무릉계곡

지역민들 자부심 가득

필자가 지난번 `문화가 있는 경북`행사차 영호남수필문학 회원들과 영주에 다녀왔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둘러보면서 영주시에서 준비를 잘해주어 부석사와 소수서원 등 주요 문화관광지를 문인들과 함께 잘 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 필자가 산행기를 연재하는 경북매일신문에 `단양 소백산` 제목으로 산행기가 게재됐는데, 그 기사를 본 영주시 관계자가 전화를 해왔다. 가뜩이나 소백산 명칭을 두고 영주시가 인근의 충북 단양군과 소송을 하는 등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인데, 단양 소백산이라고 산 소개를 했으니 충분히 따질 만도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자초지종이 있는 법인데 `소백산`이라고 하면 필자도 당연히 영주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그날 산악회에서 계획한 등산 코스가 여러 개의 등산로 중에서 가장 간단한 코스인 단양군 어의곡 매표소를 출발해 비로봉에 올랐다가 단양군 천동리로 하산하는 것이라서 그 표현대로 단양 소백산이라 했던 것인데, 영주시 관계자들에게 미안한 감이 들었다.

그 후 일이 있어 달성군에 소재하고 있는 명사찰 유가사에 들렀다가 주지스님으로부터 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을 아느냐?”는 물음을 받았다. 말씀을 청해 듣는 중에 스님이 바로 말하기를 “다들 팔공산으로 알고 있지만 비슬산이다”고 했다.

설명인즉, 산은 봉우리가 여러 개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산봉이 있는 시군을 따져서 그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공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비로봉(1천193m)이고, 그 곳 땅이 군위군 부계면이니 팔공산은 `경북의 산`이지 대구 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간 필자는 소백산 비슬산이 떠올랐다. 비슬산은 높이가 1천439.5m로 소백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고, 행정구역을 보면 경북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 1천720번길 76이고, 구주소로는 풍기읍 수철리 산 86-1로 나와 있다.

혹시나 싶어 단양군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백산을 쳐보니 그 주소가 `단양군 가곡면 소백산 일원`으로 나온다. 통상적으로 주소에서 ○○일원으로 나오는 것은 주소체계에 맞지 않으니 지번을 정확히 사용하고 있는 영주시 행정에 더 신뢰가 간다.

이상에서 필자가 자세히 언급함은 산행기를 쓰고, 산 소개할 때에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나름대로 자각이고, 앞으로 본지에 산행기를 쓸 때에 각별히 유념하려고 함이다.

이번 산행은 kj산악회를 따라가는 강원도 삼척의 쉰움산이다. 새벽 6시에 대구를 출발한 차는 오전 10시 반경에 쉰움산 들머리가 있는 천은사 입구에 도착했다. 계획을 보니 천음사-쉰움산-두타산성-무룡계곡으로 해서 삼화사 주차장으로 6시까지 도착하는 일정이다.

▲ 무릉반석 암각서.
▲ 무릉반석 암각서.
등산길에 올라 천은사 일주문을 지나니 이승휴 선생을 모신 동안사가 나온다. 이승휴(1224~1300)는 고려 충렬왕 13년(1287년)에 역사서 제왕운기를 천은사에서 저술했다고 전해진다. 이 책은 1360년(공민왕 9)과 1413년(조선 태종 13)에 각각 중간됐고, 원나라의 간섭하에서도 삼국 이전의 우리나라 상고사를 한국사에 포함시키고있어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한다.

동안사와 천은사를 지나 산에 올라 첫 번째 목적지인 쉰움산까지는 계속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이다. 산길, 돌길을 지나 비탈길을 타고 올라 돌탑군이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상에 있는 바위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600m 능선을 치고 올라가서 정상 주변에서 바위 비탈면에서 밧줄을 타고 올라 바위산 옆 등산로를 따라 우회한 다음에야 정상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쉰움산 정상 등정은 어렵다. 그 어려운 발길만큼 정상에서 보는 것은 멋이 있다.

쉰움산에는 석회암 바위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생겨난 50개의 우물 패임 현상을 볼 수 있다. 주봉인 삼각점 왼쪽 바위 표면에 둥근 꼴의 크고 작은 우물 50여 개가 있어 쉰움산이란 이름이 붙어졌다 하는데, 그 모습들이 장관이고 볼수록 신기하다.

일찍 와서 쉬고 있는 다른 등산객들 사이에서 필자는 주변을 살피고 사진을 찍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다시 올라야할 두타산 정상 모습과 그 아래 하산해야하는 무릉계곡을 관망하고서는 다시 산행길을 이어간다.

잠시 너럭지대를 지나고 능선을 타고 계속 올라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 방뱡은 바로 하산해서 산성터를 지나 무릉계곡으로 가는 길인데, 두타산 정상에 오르려면 직진방향으로 1시간 20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올랐다가 여기까지 다시 내려와 무릉계곡으로 갈 계획이다.

두타산 정상을 향해 계속 오르는 코스라 힘이 든다. 참나무 군락지를 지나 조금 더 가니 눈앞에 두타산 정봉이 버티고 서 있는데, 재빠른 발걸음으로 두타산에 올랐다. 두타산은 조망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해발 1천352.7m로 이 부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니 의미가 있다.

산행을 더 즐기는 등산객들은 두타산에서 지나왔던 갈림길로 내려서지 않고 직진해 박달재를 넘어 청옥산과 망군대, 고적대로 가거나 아니면 청옥산에 올랐다가 박달재 방향으로 내려와서 계곡 쪽의 박달폭포, 용추폭포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필자는 두타산 정상에서 주변을 살펴보고서는 바로 갈림길로 해서 산성터으로 해서 내려선다. 하산하는 길에서 보니 산 중턱에 자리잡아 지금은 부분적으로 성벽이 남아 있는 두타산성은 자연적인 입지로 인해 천연요새처럼 보인다.

▲ 용오름 길로 유명한 무릉계곡 모습.
▲ 용오름 길로 유명한 무릉계곡 모습.
이 산성은 신라 파사왕 23년(서기 102년)에 처음 쌓았다고 전해지는데, 조선시대 태종 4년(1414년)에 삼척부사로 왔던 김맹윤이 높이 1.5m, 둘레 2.5㎞의 산성을 다시 쌓았다고 한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산성으로 피난왔다고 한다.

산성을 보고 대궐 터를 지나서 산성 삼거리까지 내려서니 계곡이 이어지고 물 흘러가는 소리에 크게 들린다. 폭포와 함께 기암괴석과 암벽, 노송들이 잘 어울리는 풍경들이니 무릉계곡의 절경 골짜기가 비경이고 여름철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다는 사실이 절로 느껴진다.

산성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가면 용추폭포가 있는데, 이번 일정이 그곳까지 가는 게 아니라서 보고 싶었지만 무릉계곡도 그에 못지않은 명승 절경들로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니 미련없이 무릉반석, 삼화사 쪽으로 행보한다.

필자는 용오름 길을 걷는다. 용오름 길은 삼화동 초입에서 시작해 산성갈림길을 지나 용추폭포에 이르는 길을 말하는데, 필자는 살림길에서 삼화동 초입으로 나가는 역방향을 가고 있는 것이다. 고적에 의하면 삼화사 창건 당시 약사삼불인 백, 중, 계 삼형제가 처음 서역에서 동해로 용을 타고 왔다는 전설이 있다.

▲ 정상에 세워진 오십정 표지석.
▲ 정상에 세워진 오십정 표지석.
무릉계곡의 절경들에 반해 걸음을 느릿느릿 옮기는데 보이는 곳마다 계곡이 깊고 맑아서 절경 또한 많다. 계곡가에서 휴식을 취한다. 힘들게 올랐던 쉰움산이나 두타산 산행을 그려내고, 이곳 무릉계곡의 풍치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점입가경이란 말은/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드는 경지인데/ 지금의 심정이 그렇다./ 여름산행을 힘겨워하면서/ 가지 않고는 못 배겨내는/ 매혹을 주는 게 산행이다.// 오르내리며 만나는/ 삼척 쉰움산의 신비함,/ 정상에 쉰 개 웅덩이는/ 예사로운 풍경이 아닌데/ 무릉계곡 암반마저 멋지니/ 그 속에서 보내는 하루는/ 무릉도원속의 딴 세상이다`(자작시 `삼척 쉰움산 산행` 전문)

이곳 지역주민들이 무릉계곡과 백운동 계곡을 여름산행 최고코스라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그랜드 캐년에 버금간다고 해서 `한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소문내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의 장엄한 계곡에 비견할 수가 있겠나마는 그만큼 이곳 계곡으로 나 있는 용오름 길이 매혹적이고 빼어남을 알리려 함이 아니겠는가.

이제 산행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행보하는데, 삼화사를 조금 지난 계곡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다. 무릉반석이라는 유명한 곳이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무릉반석에 서서 필자는 잠시 주변을 살펴보는데, 무릉반석에는 가로로 쓴 웅장한 글씨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힘이 있다. 임각서 아래편에 `옥호거사 서 신미`라는 글이 있는데, 신미년에 옥호거사가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씨는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 재직(1571~1576) 기간에 전임 정두형 부사의 부친상 관계로 신미년(1571)에 광천에 왔을 때 무릉계곡을 방문해 썼다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옥호자 정하언이 삼척부사 재직(1750~1752) 기장중인 신미년에 이곳에서 글을 썼다는 설도 전해진다. 어쨌든 전국 산행을 하면서 보기 드문 현상이니 눈여겨볼만했다.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산은 멋진 풍경이다. 어느 산을 가든지 진녹색 향기가 그윽이 배어난다. 땀 흘리며 산행을 끝낸 종점의 산 입구, 그 멋진 풍경 속에서 무아지경으로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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