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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

등록일 2015-04-17 02:01 게재일 2015-04-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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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안개와 어울린 붉은 꽃, 별천지여라
▲ 진달래 군락지로 전국에서도 유명한 여수 영취산. 매년 4월 초에 개최되는 사흘간의 `영취산 진달래축제` 기간에는 10만명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 진달래 군락지로 전국에서도 유명한 여수 영취산. 매년 4월 초에 개최되는 사흘간의 `영취산 진달래축제` 기간에는 10만명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봄이 이상하다. 4월이 됐건만 비도 자주 내렸고, 흐린 날씨가 많은데다가 밤낮의 일교차가 크니 화창한 날씨로 이어지지 못한다. 주말을 이용해 야외를 찾는 상춘객들이 많지만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도 흐리니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시기적으로 이때쯤이면 봄빛이 완연하고 바람기는 있으나 날씨가 화창해 봄나들이가 딱 좋은 철인데, 흐린 날씨니 상춘하는 관광객들이나 등산객들에는 밋밋한 기분을 들게 한다.

전국서 유명한 진달래 군락지

발 디딜 틈 없이 등산객 몰려

돌고개·골망재·개구리바위…

산 곳곳마다 붉은 꽃단지

천년 호국사찰 흥국사도 반겨

하지만 산길을 걷거나 봄꽃들이 군락지를 이루어 무더기로 피어있는 곳을 지나면서 보면 물빛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모습이 더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4월 들어 찾아가는 산은 거의가 봄꽃들이 피어 경관이 좋은 곳들이다. 이번에 오르는 여수의 영취산이나 다음 주에 약속된 창원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산 가운데 봄에 피는 진달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여수 영취산, 창원 천주산, 거제의 대금산이나 계룡산, 마산 무학산, 강원도 정선 땅 두위봉 진달래 군락지를 꼽을 수 있다.

흐린 날씨라 대구에서 출발하면서 혹시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여수의 영취산 입구까지 오는 동안은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예비군 훈련장 입구에 도착해보니 진달래 축제를 해서 그런지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매우 많다. 우리 일행들은 간단한 운동과 함께 등산 장비를 챙기고서 등산을 시작한다.

영취산 등산코스는 3가지로 구분되는데, 1코스는 GS정유 뒤 임도삼거리에서 억새평원, 진례산, 봉우재로 해서 영취산에 올랐다가 흥국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 영취산 봉우리마다 가득한 등산객들의 모습.
▲ 영취산 봉우리마다 가득한 등산객들의 모습.

2코스는 1코스와 같은데, 도솔암를 지나 봉우재를 보고서 흥국사로 내려오는 코스이고, 3코스는 상암에서 출발해 봉우재에 올랐다가 진달래군락지를 거쳐 영취산 정상을 보고서 흥국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영취산 산행은 돌고개에서 진례봉 정상에 올랐다가 흥국사로 내려오는 4.3km 등산코스가 일반적인데, 우리 일행들은 예비군훈련장에서 출발해 영취산에 올랐다가 봉우재, 시루봉을 거쳐 전망대, 흥국사 절 길을 걸어 임도로 하산해 주차장에 도착할 예정이니 그 길이 포함돼 있다.

들머리가 있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산행을 시작해 전망대 쪽으로 올라간다. 오늘이 영취산 진달래 축제행사를 하는 날이어서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봄에 들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길을 걷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긴 행렬을 이루어 전망대에 다다른다. 가까이 남해 바다가 있고 그 앞에 자리하고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가 보인다. 여수산업단지는 지난 1967년에 조성해 1979년 10월에 완공된 거대한 석유화학단지로 규모로는 세계 4위이자 동양에서 최대의 크기이다.

요즘에는 여수산단이 여수시의 야간 관광지 중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밤에는 사업장들이 커놓은 조명으로 인해 엄청난 볼거리가 되는데 산업단지 야경을 둘러보는 관광코스도 있다.

전망대에서 여수산단을 보며 잠시 쉬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겨 가마봉 쪽으로 향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산자락 아래 여기저기서 진달래 군락지가 보이고 붉은 꽃단지가 위엄을 나타내기 시작하는데, 안개에 휩쓸려 그런지 별천지 같은 느낌을 준다.

영취산에는 군데군데 진달래 군락지가 있는데, 돌고개군락지를 비롯해 골망재, 개구리바위, 정상군락지, 봉우재 등 군락지가 많다. 이렇게 영취산에 진달래 군락지가 생긴 것은 조금전에 설명한 여수산업단지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산업단지가 생기자 공장 매연으로 인해 가까이 있던 영취산이 산성화되면서 산에 심겨진 나무들이 대부분이 죽고, 억척스러운 진달래만 살아남았다는 것인데, 영취산은 돌산이라서 나무가 자라기 힘든데다가 오래전에 큰 산불이 난 뒤에 진달래가 군락지를 이뤘다는 말도 전해진다.

▲ 영취산 진달래축제일에 산을 오르는 등산객.
▲ 영취산 진달래축제일에 산을 오르는 등산객.

아무튼 영취산 진달래는 유명하다. 여수시에서는 해마다 4월 초에 3일간 `영취산 진달래 축제`를 여는데, 지난해 축제 기간에만 10만 명 이상이 찾아왔고 올해도 그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오늘이 마침 일요일이자 축제 마지막 날이라 산을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그다지 많은 량은 아니어서 등산객들과 축제행사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어울려 산길을 올라가는데 너무 많아서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산길을 걷다 보니 억새밭이나 바윗돌 위에서나 군데군데에서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진달래 터널을 지나고 가마봉까지 안개가 자욱한 능선을 따라 걷는 기분이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마봉에서 암봉을 거쳐 조금 가니 희뿌연 안개 속에서 영취산 진례봉이 모습을 나타내는데 봉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영취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석가모니가 최후로 설법했던 인도의 영취산과 모양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영취산은 흥국사 동남쪽에 위치한 439m 봉우리이고, 동북쪽 봉우리를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510m 봉우리가 진례봉으로 기록되어 있는바, 두 산을 아울러 영취산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영취산 진례봉에 도착했다. 진례봉은 그 높이가 510m로 영취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사람들 틈을 부비고 들어가 진례봉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 촬영을 한 후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 더 있기가 불편하다.

진례봉을 내려서면서 저 아래에 있는 진달래 군락지를 보며 자연이 피우는 모습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생각하며 시상을 정리해본다.

`영취산을 오르면서/ 진달래 터널을 거닌다./ 전국에서도/ 군락지로 소문난 곳이니/ 꽃 핀 풍경이 대단치 아니하랴/ 여기저기서 예쁜 꽃들이/ 주변을 불타게 한다.// 진례봉 정상에 서서/ 저 아래 언덕을 바라보니/ 흐린 날씨 속에서도/ 진달래꽃들은 서로 엉키어/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엔/ 산객들이 축제를 한다`(자작시 `영취산에 올라` 전문)

계단을 내려서서 도솔암을 지나 봉우재로 가면서 보니 주변에 군락지들이 연거푸 이어져 있고 그곳마다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봉우재로 가는 길이 비가 오는데다가 등산객들이 많으니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진달래가 제철을 만났듯, 매년 진달래가 피는 철이면 영취산에서는 봉우재가 사람들로 가장 붐빈다. 가까이에 널따랗게 펼쳐지는 진달래밭까지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봉우재서부터 가까이 있는 시루봉까지 진달래 군락지가 시작되는 길이다. 여기서 시루봉 정상을 향해 난 길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나 군데군데에 있는 바윗덩어리는 자연적인 진달래밭 조망대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어난 길을 따라 시루봉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도중에서 만나는 널찍한 암반을 딛고 올라서 영취산 동릉의 풍경을 보니 안개가 끼어 흐릿한 가운데도 어렴풋이 나타나는 선들이 아름답고 게다가 꽃들이 있어 멋진 풍광들이다.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서 영취봉 돌탑을 보고서 길을 내려서서 전망대쪽으로 향한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지나온 길을 보면서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니 아직도 많은 등산객들이 봉우리에 올라 영취산의 자연풍경들을 구경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는 다 지났지만 아직도 산행길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이 많아 가는 길이 더디다. 산행길 밑 뿌연 안개 속에서 천년 고찰 흥국사가 나타난다.

흥국사는 고려시대인 1195년(명종 25년)에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절로 지눌은 절 이름을 일어날 흥(興)자와 나라 국(國)자로 하여 흥국사라 하고, 나라가 흥하면 절이 흥한다 하면서 농어민과 고락을 함께하는 호국사찰이라 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충청·전라·경상도의 3도 승군들이 이 사찰에 주둔하면서 좌수영의 3군수군 절도사인 충무공 이순신을 도와 왜적을 무찔렀고, 정유재란 때도 승병들이 머물면서 훈련을 받은 유서 깊은 곳이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우리 일행은 흥국사 절 옆길로 해서 임도를 따라 하산해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에도 등산을 마친 산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4월 초 흐린 날씨 속에서 비가 오락가락했고 사람들이 많아서 지치기도 했지만 진달래로 유명한 영취산 산행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흐뭇하다.

죽은 땅 위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진달래의 군락지를 이뤄내 마침내 유명해진 영취산. 연약한 작은 꽃들에게서 강인함을 배웠으니 그래서 자연에게 얻는 지혜와 교훈은 귀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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