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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능동산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등록일 2015-09-11 02:01 게재일 2015-09-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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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의 영남알프스가 아름답게 이어지는 산맥의 요충지인 능동산 전경.

등산을 처음 시작할 때에 자주 이용했던 산악회에서 주말 산행을 밀양에 있는 영남알프스로 간다기에 일단 등산지로 정했으니 밀양 능동산이다.

능동산은 필자가 영남알프스에는 몇 차례 등산했으나 다 오르지 못한 산 중의 하나다.

영남알프스는 백두대간에 있는 산으로 마치 `영남의 지붕` 같다고 해서 이름붙인 산인데, 정하기에 따라 특정 산이 포함되거나 제외되기도 한다.

백두대간 `영남알프스` 산맥 중 중앙에 우뚝

배내고개서 출발하면 20분만에 정상 도착

가지산·운문산 등이 한눈에… 산 정상 풍경 압권

이름난 절경 입석대·아기자기 암릉 등반코스 인기

통상적으로는 영남알프스라고 하면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등에 소재하는 높이 1천m 이상 되는 7개의 산군(山群)`을 일컫는다.

그렇게 따진다면 가장 높은 가지산(1천241m)을 비롯해 천황산, 재약산, 신월산, 신불산, 영축산, 고헌산, 운문산 등 1천m가 넘는 7개산을 말하며, 문복산, 능동산을 그 범위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 전체면적이 약 255㎢가 되니 그 안에 들어간 산은 전부 영남알프스일 것이다. 그 가운데 밀양 능동산은 영남 알프스가 멋있게 장관을 이루며 지나가는 산맥 중에서도 중앙지점에 우뚝 솟은 산이다. 능동산은 울주군 상북면에 소재한 배내고개에서 시작하면 20분 만에 정상 도착이 가능해 영남알프스 중에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밀양이 대구에서 가까운 거리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산악회 차량을 타고 능동산 들머리가 있는 구 가지산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10분경이었다.

이 휴게소는 배내고개에서 구 석남터널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은 폐업상태다. 전국의 산악회에서 능동산이나 가지산 등산을 할 때에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평일에는 비교적 붐비는 편이다.

이번 능동산 코스는 입석에 올라 경관을 즐기고서 813봉(돌탑)을 거쳐 능동산에 올랐다가 배내고개로 해서 덕현계곡으로 내려서서 행정마을회관 앞으로 집결하는 코스다.

차에서 내려 준비운동을 하면서 산을 올려다보니 서편 능선을 따라 입석대와 암릉들이 보인다.

배낭을 메고서 산행을 시작한다.

휴게소 좌측 아래편 50m 지점의 길가에 의자가 설치된 작은 쉼터가 산행의 들머리다. 그 길을 향해 얕은 오르막을 올라서면서 영남알프스의 중심지 능동산 산행을 시작했다. 숲 나무 길을 헤치고 15분 정도 걸어가니 조망이 확 터진다.

▲ 능동산 등산 코스 중 명물인 입석대의 모습.
▲ 능동산 등산 코스 중 명물인 입석대의 모습.
산들이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산속으로 구불구불한 길이 보이는데 배내고개를 중심으로 올라야할 능동산이 오른 편에 우뚝 솟아 있고, 고개 왼편으로는 배내봉이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앞으로 올라야할 입석대 등 암릉구간인데, 조금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니 빨리 가서 그곳에서 주변 경관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앞서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산들을 언급했지만 필자가 지금까지 가지산, 재약산, 신불산, 운문산 등을 다녀오면서 보았던 경치들은 과연 알프스에 비유될 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지금도 모습이 선한데, 이번에 오를 능동산 코스는 특히 입석대의 모습이 절경이라고 하니 등산인들이 입석대를 보고 암릉구간을 타기 위해 능동산 등산을 즐기는 편이다.

등산은 꾸준함에 있다.

여름이 지나가는 이 시기에도 산을 오르면 아직 한여름인가 생각되지만 자연이 가장 먼저 계절의 변화를 가져오는바, 등산길을 걷거나 잠시 휴식하면서 감지하는 자연의 상태에서 계절의 변동을 느껴본다.

불어오는 바람, 지나는 구름과 나뭇잎들의 변색에서도 미세함을 느낄 수 있으니 자연과 함께해서 얻는 지혜이기도 하다.

산 능선을 타고 저 앞 바위산을 향해 조심조심 오른다. 이곳이 비경이다보니 오르는 산행객들도 많다. 그 무리들 속에서 걸음을 계속해 입석대 입구 전망바위에 도착했다.

밑에서 주변을 전망하는 것보다 더 멀리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으니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잠시 전망을 보고나서 암봉을 지나니 입석대가 나타난다. 돌이 위로 선 풍경은 보기에도 신기할 따름인데, 마치 당간지주를 연상케 한다. 그 너머 위쪽 암릉에도 벌써 등산객들이 올라서서 바위마다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 자연풍광 구경에 사람 구경까지 구경거리가 풍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바위에서 주변을 둘러보고서 입석대에 오른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 가서 보은 느낌이 다르다.

곧게 선 바위가 중간 부분에 일률적으로 공간이 나 있는데 칼로 벤 듯 정교하다. 입석대에 올라 조심스럽게 서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내려서서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암릉바위로 오른다.

암릉을 타고 오르는 길 초입에서 만나는 노송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끌면서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오르면서 보니 군데마다 바위 전망대가 멋진 바위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어 밑에 있는 입석대 못지않은 장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바위에 올라서서 멀리 또는 가까이의 전망을 보고서는 암릉 사이 안전한 장소에 잠시 앉아 쉬면서 생각해본다.

능동산 가는 길에 펼쳐지는 암릉지대는 길게 이어지는 바위들은 아니지만 산 가운에서 군데군데 암릉들이 있으니 그나마 산타기가 긴장도 되고 무료하지 않아 때로는 재미있기도 하다.

필자는 암벽 등산을 전문적으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작게 이어지는 암릉 등산은 자주 해본지라 이러한 등산 지대에서는 항상 조심을 하게 된다.

조금 전에 올랐던 입석대는 수직으로 서 있어 오를 수는 없지만 암벽 전문 산악인들은 서울의 인왕산 암릉이나 전국의 암벽타기 코스에서 전문 등산을 하는 곳이 많다.

그들이 암벽등산에서 느끼는 스릴과 정상타기를 마치게 될 때 얻는 쾌감은 매우 크리라.

필자는 전남 해남의 달마산을 등산하고 난후 쓴 산행기(2013.11.22.자 경북매일신문 게재)에서 프랑스의 유명한 등산가 리오넬 테레이(1921~1965)에 관해 글을 썼다.

그는 알프스의 유명한 스키 휴양지 그르노블 근교의 베르동계곡에서 태아나 자랐기 때문에 어릴 시절부터 산을 가까이 하면서 12세부터 전문 등반을 시작했으며, 특히 암벽등산에 대한 전문가로 꼽힌다.

리오렐 테레이는 저서 `무상의 정복자`에서 등산은 무상의 행위라고 설파했는바, 그가 말한 “등산은 자기 과시가 아니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며, 자연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가혹하며 신중한 도전이다”라는 의미는 산에 대한 순수성의 표현일 것이다.

▲ 영남알프스의 요충지 능동산 정상 표지석(983m). <br /><br />
▲ 영남알프스의 요충지 능동산 정상 표지석(983m).
암릉에 앉아서 자연을 보며 필자는 잠시간 생각에 잠긴다. 산을 정복하고, 암릉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순수한 접근으로서 여기에 와서 함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등산은 자기 과시가 아닌 자연과의 동화인 것이다.

다시 일어서서 암릉을 타고 걸음을 옮기면서 813봉 쪽으로 향한다. 계속 암릉지대로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쯤 걸려 필자는 813봉에 도착했다.

정상에 돌탑이 아니라 크고 작은 돌을 쌓아놓은 돌무더기가 있을 뿐, 누가 적어놓았는지 돌무더기 위쪽에는 매직으로 쓴 `상춘봉 855m`라는 표지가 813봉을 알리고 있다.

앞으로 나갈 방향을 보니 왼쪽 편에 다소 둥근 산봉우리가 버티고 섰는데, 능동산이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으로 보니 천황산이 바로 보인다. 걸음을 내달아 임도 타고 내려서니 능동산 쪽으로 향한다.

배내고개 갈림길에 도착하니 영남알프스 가운데 중앙 지점에 위치한 능동산 바로 눈앞에 서 있다. `능동산 200m` 이정표가 있다.

정상에 다가선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행을 이어가 능동산 정상에 섰다. 지나온 길을 보니 가지산휴게소, 입석대와 암릉 구간이 한눈에 보인다. 제일 멀리 보이는 것이 칼바위 능선을 지나 신불산이 있고, 그 앞쪽이 간월산이다.

좋은 날씨 속에서 편안히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보니 오늘 따라 등산객들이 많아 1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정상 표지석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서는 부근의 풍경들을 살펴보았다.

▲ 영남알프스 중 가장 쉽게 오를 수 있고, 위험하지 않은 암릉들이 있어 인기를 끈다. <br /><br />
▲ 영남알프스 중 가장 쉽게 오를 수 있고, 위험하지 않은 암릉들이 있어 인기를 끈다.
능동산은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이 산이 각광을 받는 것은 영남알프스의 요충지대여서다. 또한 가까이에 절경인 입석대와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지대이니 만큼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영남알프스가 이어지는 풍경들을 한눈에 볼 수가 있는데, 북쪽으로는 가지산이 우뚝 서있고 북서쪽으로는 운문산, 북동쪽으로는 고헌산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간월산·신불산·영축산, 남서쪽으로는 천황산·재약산이 있다.

다시 하산해 갈림길로 내려가서 배내터널의 안전지대로 걸어 나와 가드레일을 넘어 덕현계곡 쪽으로 향한다.

배내고개를 내려서니 덕현계곡이 한눈에 조망된다.

산행길을 이어나가 조금 걷다보니 물소리가 나면서 계곡이 나타나는데, 등산로가 따로 없는 계곡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계곡 자체도 험하지 않고 높은 폭포나 급류도 없으니 걷기에 편안한 코스다.

폭이 넓지 않은 아담한 덕현계곡은 계곡산행이라 친다면 물길 따라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은 코스다.

계곡 바닥이 암반으로 돼 있는데다가 물이 흘러도 얕은 자갈 바닥이니 이름난 계곡에 못지않다. 내려서다보니 중간중간에서 물놀이 나온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데 필자도 휴식 겸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능동산 등산길에서 만난 광경들을 끄집어 내본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울창한 숲속에서/ 끊임없이 울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산뜻한 기분으로/ 입석대에 올라서/ 만나보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멋진 절경이다.//영남알프스가/ 아름답게 이어진/ 능동산 아래,/ 덕현계곡을 휘감고 도는/ 계곡의 물소리 은은한데/ 맑은 하늘을 이고서/ 산그림자 한층 짙어진다.`(자작시, `입석대에 오르다`전문)

계곡에서 노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덕현계곡을 타고 내려서서 행정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함께 온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대구로 출발하는 차에 오른다.

필자는 오랜만에 산정산악회를 따라 영남알프스의 요충지, 능동산 등산을 마치면서 대가를 요구할 수 없는 자연의 동화에서 오는 한없는 뿌듯함을 느껴본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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