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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등록일 2014-12-26 02:01 게재일 2014-12-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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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으로 우뚝 솟아 `아픔의 역사`를 지켜보다
▲ `역사박물관 자체`인 강화도의 최고봉인 마니산 참성단에서 해마다 개천절이면 개천대제가 성대히 열린다. 마니산은 유적지를 둘러 볼 수 있는 문화역사 산행지로도 유명하다.
▲ `역사박물관 자체`인 강화도의 최고봉인 마니산 참성단에서 해마다 개천절이면 개천대제가 성대히 열린다. 마니산은 유적지를 둘러 볼 수 있는 문화역사 산행지로도 유명하다.

등산을 하려면 행선지 산의 날씨 파악은 필수다. 당일 날씨도 알아야 하지만 등산지의 사정이 어떠한지를 미리 파악해서 필요한 장비 지참 등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겨울등산은 오를 산이 어떠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지, 육산인지 암릉으로 구성돼 있는지, 또 눈이 덮여있는지 상세히 알아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일요일 다녀온 영암 월출산 산행에서 등산화에 착용하는 아이젠을 가지고 가지 않아 눈 내린 월출산을 등산하는데 무진장 애를 먹었다. 평소 겨울등산이 어렵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인데 그날은 준비한 것으로 알고 점검을 하지 못한 탓이다.

917계단·능선길 두 갈래길 … 정상에는 유서깊은 단군제천 터 참성단

몽골 침입때 고려조정 천도·병인양요 등 외세에 휘둘린 현장 고스란히

이번 강화도 마니산 등산에서도 직접 겪은 것이니 겨울등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 내린 산을 탈 경우에는 아이젠과 스틱, 방한용 등산복, 예비옷 등을 챙기고, 그 상태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함께 마니산으로 등산을 간 사진작가 전창욱씨가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마니산 등산에 올랐다가 눈 내린 바위에서 미끄러져서 낙상사고를 당했다. 정상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서 미처 손 쓸 수도 없었다.

전 작가가 미끄러져 10m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위에 부딛쳤고, 다시 5m 정도 떨어졌다.

순간 일행들은 가슴이 철렁했고, 급히 전 작가한테로 달려가 보니 의식이 있어 다행이었는데 응급조치를 한 뒤에 대구로 내려왔지만 진단결과 뼈 골절상으로 6개월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큰 후유증이 없으니 하늘이 도운 셈이다.

▲ 능선길 초입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들.
▲ 능선길 초입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들.

그렇듯 겨울등산은 철저하게 장비를 점검해야 하고, 또 등산을 하는 도중에도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이번 등산에서 실제로 체험한 것이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전 작가의 빠른 쾌유를 빈다.

다시 마니산 등산 이야기로 돌아가서, 드림산악회에서 주관한 마니산 등산이라 우리 일행들은 대구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또 국도와 지방도를 갈아타서 강화도에 도착했다.

강화도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귀중한 고장이다. 오늘 일행들이 오를 마니산 정상에는 참성단이 있는데, 이 참성단은 단군의 제천 터로 알려져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고려시대에는 몽골의 침입을 피해 고려조정이 강화도로 천도해 39년간이나 고려의 도읍지로 있었다. 또한 1866년 병인양요, 1875년 운요호(운양호)사건 등 외세의 침략을 받고 역사의 현장을 지켜온 땅이 됐으니 강화도를 일컬어 `역사박물관 자체`라고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일행을 태운 차는 강화대교를 지나 마니산 등산 입구, 화도초등학교 부근에 도착하니 벌써 오전 11시가 됐다. 우리 일행들은 차에서 내려 안내자로부터 다시 오늘 일정을 듣는다.

▲ 참성단과 150년 수령의 소사나무.
▲ 참성단과 150년 수령의 소사나무.

마니산 등산코스는 5개 코스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상방리에서 계단로 아니면 단군로를 타고 참성단에 올랐다가 원점하산하거나 등산길, 하산길을 바꿔서 내려오기도 한다.

드림산악회 일정으로는 2코스에 해당되는 코스인데 상방리매표소에서 출발해 단군로를 거쳐 372계단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바위능선을 타고 합허동천로로 하산하는 코스다. 거리로 따지자면 6.4km정도로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길도 미끄럽고 정상에서 구경도 할 겸해서 오늘은 비교적 넉넉한 시간이다.

가이드가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는 잠시간 필자는 산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본다. 목적지 참성단이 해발 472m라 그리 높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 있고 계단이나 암릉 길이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상방리매표소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산속으로 접어들자 길에 눈이 아직 남아 있다. 땅의 상태를 보면서 이번에 필자와 함께 온 전창욱 작가 등과 이야기를 하면서 평소에 한번은 오고 싶었던 마니산 산행 길을 오른다. 마니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주로 초입부터 계단으로 이어지는 계단 길을 통해 참성단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우리일행들은 917계단을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돌아서 산 능선을 탔다.

이 길도 등산객들이 많이 지나다녔는지 발자국들로 많이 나 있고, 눈이 내려 미끄럽다. 특히 응달진 곳에서는 얼음 빙판을 이루고 있어 나름대로는 조심하느라 발에 힘이 들어간다. 능선길에서 바위를 만나면 정말 조심해서 우회하거나 안전한 상태에서 걸음을 옮겨야 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

능선을 타고 올라 중턱에 이르니 저 아래로 평야와 마을이 나타나고 간간이 겨울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저만치에 참성단이 보이고 그곳에 오른 등산객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정상이 가까웠다는 신호다. 생각으로는 한 10분 정도만 오르면 참성단에 도착할 것 같은데 산길이 위험하고 눈이 내려 미끄러운 상태니 능선에서 다시 쉬기로 했다.

▲ 참성단 바로 밑 능선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본 정상 모습.
▲ 참성단 바로 밑 능선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본 정상 모습.

전창욱 사진작가는 서해풍경이 멋지다며 저 멀리 바다모습들과 산 아래 펼쳐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댄다. 전 작가와 올해 등산 동행을 자주 했다. 여름에 성인봉에도 함께 올랐고, 고향마을 뒷산 칠보산 등산 등에 동행했으며 최근에는 독도사랑산악회에서 행보를 같이 했다. 전 작가는 프로답게 사진기술이 정말 뛰어나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등산을 하면서 사진 기술도 알려줘서 마음에 고맙게 새기고 있다.

다시 산행을 이어 참성단에 도착했다. 많은 등산객들 속에서 참성단 제단을 살펴보고 주변의 풍경들을 조망해본다. 역사가 있고 민족 성지가 묻어나는 고장이라 그런지 느낌마저 다르다.

마니산 꼭대기에 있는 참성단(塹星壇)은 상고시대 단군이 쌓았다고 알려진 제단이다. 자연석으로 기초를 둥글게 쌓고 단은 네모로 쌓은았으며, 동서에 돌층계가 있으며 총 높이는 6m에 이른다. 사적 제136호로 지정된 이곳에서 매년 개천절이 되면 성대한 개천대제가 거행된다.

필자는 마니산에 오기 전에 참성단 자료를 찾아봤는데 그 중에는 정유년(1716년) 단양월 행 유수 최석항이 기록한 `참성단 중수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 수천년 후의 후손들이 이곳을 바라보면 반드시 경건한 마음을 일으킬 것인즉 어찌 바로 고치지 않을 것인가?”

이 글을 보면 일부 허물어진 제단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다시 고쳤다는 것인즉, 중수한 날부터 298년의 세월이 지나 필자가 제단 앞에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옛 선조들의 뜻 깊은 헤아리니 감개가 무량하다.

▲ 마니산에서 산악회 회원들.
▲ 마니산에서 산악회 회원들.

필자는 참성단을 보고서 또 그 옆에 튼튼하게 자리하고 있는 150년 수령의 소사나무를 보면서 이곳이 민족의 정기를 끊김 없이 이어주는 곳이구나 생각하며 잠시 맑은 시심에 젖는다.

“일찍부터/ 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온/ 영산, 마니산은/ 기가 가장 센 곳이라 한다./ 계단을 타고 힘겹게 올라/ 만나는 참성단,/ 보는 순간 생기를 느끼게 한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면/ 서해바다와 맞닿은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참성단 옆에 서있는/ 150년된 소사나무는/ 멋진 자태로 혼을 알리고 있다”(자작시 `마니산 참성단에서` 전문)

참성단에서 역사와 문화를 다시금 느끼며 마니산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암릉길이 있어 조심해서 걸어 30분 정도 걸려 마니산 표지목이 잇는 곳에 도착했다. 마니산의 원래 이름은 우두머리란 뜻의 `두악`으로 고려사 등에서 기록돼 있고,`마리`는 머리를 뜻하고 있다.

마니산에서 산 아래로 펼쳐지는 서해바다의 풍경 등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서는 아래쪽 하산 길로 내려와 양지바른 곳에서 때늦은 식사를 했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매양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중의 점심식사는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니라 허기를 때우는 것이기에 모자라는 듯 먹기 마련이지만 여럿이서 둘러앉아 먹는 점심도 꿀맛같이 맛이 있다.

그런데 아뿔싸. 하산 길에서 전창욱 사진작가가 그만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진 게 아닌가. 다행히 후속 조치가 신속했고, 천지신명이 도운 탓에 전 작가가 당시 상황보다는 무사해 안심이 된다.

갑오년 마지막 산행지로 주변에 많은 문화재들과 함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민족 영산, 강화도 마니산을 다녀왔다.

이번 등산은 안전등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값진 교훈이 담긴 등산이기도 하다. 올해의 등산을 무사히 마치며 경북매일신문 독자 여러분의 새해 건승을 기원한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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