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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관룡산·화왕산

등록일 2015-10-30 02:01 게재일 2015-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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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춤추는 은빛 억새물결… 가을 한껏 품었네

▲ 창녕 관룡산과 화왕산은 인근에 있는 산으로 암릉과 억새를 자랑한다. 관룡산의 갖가지 암벽 모양과 화왕산 억새바다 광경들은 가을산행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다.
▲ 창녕 관룡산과 화왕산은 인근에 있는 산으로 암릉과 억새를 자랑한다. 관룡산의 갖가지 암벽 모양과 화왕산 억새바다 광경들은 가을산행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약 70%가 산지다. 그러다보니 대도시 근교에서도 흔하게 높은 산들을 볼 수가 있는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산은 환경뿐만 아니라 식량에 이르기까지 다분야에서 유익함을 제공한다.

현대인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산과 가까이한다.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산을 찾는 등산인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좋은 현상이다.

필자도 매주 주말을 이용해 산을 찾아다니면서 얻는 것은 여러 가지로 많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느끼면서 정신적인 만족감을 키워가고 있으니 등산을 잘 했다는 생각을 매번 가진다.

전국에 있는 산들을 찾아 등산 다니면서, 그 목적지로 가는 동안 인근 지역이나 도로 등을 자주 보며 생각도 하게 되고,

산행하는 내내 겪게 되는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면서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의 즐거움이란 표현할 수 없는 성과를 이루게 해준다.

등산하면서 갖게 되는 많은 시간들은 필자가 경험을 다양화시키는데, 몇 년 동안을 사계절 정기적으로 산행하다보면

산을 향하는 걸음이 마치 인생에 대한 여행길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산이 지니고 있는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낭떠러지 위 불상, 용이 승천하는 듯 기암절벽 볼만

정상 능선따라 펼쳐진 `십리 억새밭` 가을산행 절정

이번에 가는 산은 창녕 관룡산이다. 관룡산은 등산 코스가 비교적 짧아 인근에 있는 화왕산까지 등산을 이어가는데, 화왕산은 갈대로 유명한 산이니 가을산행에는 안성맞춤이다.

대구에서 출발한 차는 오전 10시 반경, 창령군 창령읍 옥천리의 관룡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가을 주말이라 산행객들이 많이 모여 있고, 도로를 따라 등로 들머리가 있는 관룡사로 향하고 있다. 필자도 등산 준비를 하고서 그 일행을 따라 나선다.

산행코스는 관룡사-용선대- 관룡산- 허준세트장- 화왕산 정상- 자하곡 매표소로 진행되며 거리는 7.4km에 5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행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해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 관룡사에서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뒤쪽 산을 올려다보니 관룡산이 턱 버티고 있다. 관룡산 지명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곳에 절을 지을 때,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 데서 사찰은 관룡사, 그리고 사찰 뒤편 산 이름을 관룡산이라 지었다고 전한다.

`해동지도`에는 구룡산, `여지도서`에서는 필봉으로 이름이 나오고, 1872년에 출간된 `지방지도`는 대이산으로 수록하고 있는 등 이름이 다양한데, 지도에서 구룡산 아래에 골짜기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관룡사가 그려져 있어 지금은 관룡산으로 불러지고 있는 것이다.

▲ 관룡산에서 이어지는 멋진 바위지대 모습.
▲ 관룡산에서 이어지는 멋진 바위지대 모습.
통도사 말사인 관룡사는 신라 내물왕 39년(394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으며, 삼국통일 후 원효대사가 중국 승려 1천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대도량을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태종 1년(1401년)에 대웅전을 중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 당우가 소실되어, 그 후 몇 번이나 재건과 보수를 해 현 상태에 이르고 있는 사찰이다.

관룡사에서 좌회전해 용선대로 향한다. 솔숲 등산로를 거쳐 10분정도 오르니 수십길 낭떠러지 위에 마련된 암반에 거대한 불상(석가여래좌상, 보물 제295호)이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입시철 등 중요한 시기에 불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이날도 산행객들에다가 사람들이 찾아와 일대가 붐비고 있다.

전체 높이 2.98m, 불신 높이 1.81m인 용선대는 막연히 통일신라시대의 불상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이 불상의 팔각형 좌대 한쪽 측면에서 새겨진 명문을 토대로, 한 문화재위원의 노력으로 조성 시기가 722년 무렵이라 판명된 것이다.

이렇게 산을 다니다 간혹 문화재를 보고서 그와 관련해 역사의 새로운 내용들이 밝혀지고 있어 문화재발굴 및 보호에도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용선대를 지나 전망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관룡산의 암벽과 부근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보고나서 다시 산행길을 이어 관룡산 정상에 오르니 12시 가까이가 됐다.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반이 지났다.

관룡산 정상부는 다소 넓은 공지에 헬기장이 마련돼 있다. 소나무들이 주변에 있어 정상의 조망권은 별로다. 필자가 오를 화왕산 쪽을 바라보니 산봉우리가 조금 보일 뿐이다.

저 아래 관룡사에서 이 산으로 오르는 등로가 또 하나 있다. 필자는 절에서 좌측으로 해서 용선대 방향으로 올라 왔지만 관룡사에서 오른편 방향으로 올라오면 암봉과 구룡산을 거쳐 암릉을 타고 관룡산 정상으로 올라오게 되는 데 그곳은 다소 험로이기는 하나 용선대 코스 못지않게 암릉을 타며 등산하는 스릴이 있다. 구룡산에도 등산객들이 많이 올라있는 모습이 보인다.

▲ 관룡산 정상 표지석.
▲ 관룡산 정상 표지석.
관룡산에서 내려서서 옥천삼거리까지는 600m거리다. 삼거리에서 이도 고개를 만나는데 거기서 조금 더 가니 옛 초가 가옥들이 모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다가서니 허준 드라마 세트장이다. 이곳에서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 등이 촬영됐다고 한다.

드라마 `허준`은 MBC가 특별기확한 작품으로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방영된 드라마로 시청률 63.7%를 보였으니 요즘말로 하면, 국민드라마였다. `허준`드라마는 역대 시청률에 있어서도 4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참고로 1위는 첫사랑(65.8%), 2위 사랑이 뭐길래(64.9%), 3위 모래시계(64.5%)였다.

`허준`의 세트장이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아직도 그 드라마를 보고 기억하고 있는 중년이 된 등산객들이 세트장을 보고 또 주변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시 평평한 산길을 10분 남짓 걸어 동문에 도착했고, 성벽 계단을 타고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 가장자리 쪽 급경사진 면을 따라 화왕산성이 축조돼 있는데,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되는 성벽은 둘레가 2.6㎞쯤 된다. 이 산성에는 임진왜란 때 공로가 혁혁한 `홍의장군` 곽재우(1552~1617)의 무용담이 전해져 오고 있다.

성벽 안쪽으로 억새밭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으니 그 유명한 화왕산의 명물, `십리 억새밭`이다. 억새밭을 가로질러 화왕산 정상으로 오른다. 화왕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펼쳐진 억새 숲은 장관이고, 함께 있는 화왕산성은 이곳을 찾는 산행객들에게 또 하나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왕산은 사계절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찾아오는 산이다. 가을이 되면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억새들이 바람이 불적마다 군무를 이루는 풍경이 장관인데, 봄에도 진달래와 철쭉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억새가 피는 철이라 화왕산 아래 일렁이는 억새들을 보니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끓고 있다. 이래서 사람들은 가볍게 가을산으로 떠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 화왕산 정상 아래 가을의 명물, `십리 억새밭`이 펼쳐진다.
▲ 화왕산 정상 아래 가을의 명물, `십리 억새밭`이 펼쳐진다.
화왕산은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해 `큰 불의 뫼`란 뜻으로 화왕산이라 불러졌지만 언젠가부터 중간 글자가 `王`자에서 `旺`자로 바뀌어졌다고 한다. 자료를 보니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 지명을 제멋대로 고치면서 `日`자를 붙였다는 설이 있고, 홍수 피해가 많은 창녕 지역에서 물의 기운을 화왕산의 불기운으로 억제하기 위해 `旺`자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필자는 화왕산 정상에 올라 내려서면서 저 아래 바람에 날리는 억새를 보니 문득 가수 고복수(1911~1972)의 명가요, 짝사랑 노래가 생각나 나직하게 한번 불러본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이 노래에서 나오는 `으악새`를 두고 새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다. 왜가리 새를 으악새라고 하기도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으악새`는 `억새`의 경기도 방언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억새풀이 휘날리는 계절이 가을이니 으악새를 억새로 보는 편이 많다.

지금 필자는 눈앞에 지천으로 피어나 있는 억새를 보며 일전에 보았던 으악새 관련 내용이 기억나 짝사랑 노래를 불러보며 억새의 장광들을 흠씬 빠져들면서 가을산행을 노래해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창녕 관룡산, 화왕산 등산,/ 가을 산을 산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인데/ 마음이 단풍으로 물들고/ 풀꽃처럼 경쾌해서일까.// 용선대에 올라/ 관룡산 암벽을 바라보거나/ 화왕산 밑에서 일렁이는/ 억새바다의 힘껏 출렁이는/ 군무를 보며/ 이 가을에 산행한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지 알았다.` (자작시, `가을 등산길에서` 전문)

화왕산 일대에 펼쳐지는 억새를 보고서 하산해 서문을 향해 내려선다. 많은 등산객들이 억새밭이나 길가 억새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주변의 풍광들을 즐기고 있다. 산행을 하면서 유명한 문화재 지역이나 아니면 자연풍경들, 단풍이나 억새군락지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서문으로 내려서니 화왕산에서 내려온 사람, 배바위에서 서문을 거쳐 화왕산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날씨도 좋고 게다가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으니 전국에서 산악회에서 이곳으로 억새 구경하러 온 단체 산행객들이 많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잠시 휴식을 마치고 하산할 방향을 잡아본다. 서문에서는 아래쪽의 배바위를 거쳐 옥천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코스도 있고, 화왕산장 방향으로 해서 자하곡매표소로 가는 길도 있다. 산행을 더 하고 싶은 사람들은 화왕산 정상에서 그 너머 옥마산성 쪽으로 하산해도 된다. 필자는 환장재를 넘어 자하곡매표소로 빠져 나와 4시반경 주차장에서 도착해 산행을 마무리한다.

가을이 익고 있는 날,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천연스레 자연을 대하며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흐드러지게 피어난 억새들을 보는 재미로 산행을 하게 되니, 앞에서도 느꼈지만 이 가을 산행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가슴 깊이 느끼면서 생각은 자연에게 감사하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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