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합천 가야산

등록일 2015-11-13 02:01 게재일 2015-11-13 12면
스크랩버튼
一萬 갈래 하늘 女神의 옷자락 신비로워라
▲ 가야산 단풍은 국내 3대 절경이다. 만물상과 칠불봉, 상왕봉으로 이어지며 기암괴석과 단풍 등 자연박물관으로 손색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숨겨져 있다.
▲ 가야산 단풍은 국내 3대 절경이다. 만물상과 칠불봉, 상왕봉으로 이어지며 기암괴석과 단풍 등 자연박물관으로 손색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숨겨져 있다.

웅장·수려한 산세와 해인사, 우리나라 `12대 명산`의 하나

올해 가을이 가기 전에 가야산 산행을 해야지 마음먹고 그 시기만 보았다. 마침 단풍이 10월 말경에 가장 곱게 든다고 해 그곳을 찾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지난해나 매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가을 한창 단풍이 무르익을 때 합천 가야산을 찾았지만 그때는 가야산보다 남쪽에 위치하는 해인사 앞쪽의 매화산을 산행했다. 다녀오면서 합천 8경 가운데 남산제일봉과, 홍류동계곡, 해인사는 봤으나 가야산은 매화산을 등산하면서 먼발치에서 보았던 게 전부다.

가야산이 대구에서 가까워 개별산행하기로 작정하고, 필자 사무실 옆에 개인 사무실을 내 함께 일하는 사진작가 전창욱씨와 동행하기로 했다. 미리 약속한 전창욱 사진작가와 둘이서 단독 산행에 나섰는데, 그동안 전 작가와는 울릉도 성인봉, 강화도 마니산 등 여러 산에 동행해보았지만 산행 속도나 기술 등에서 따지자면 필자보다 훨씬 산행 실력이 나은 편이다. 전 작가는 필자와 자주 산행을 했기 때문에 호흡이 척척 맞는다. 고마운 일은 등산할 때 마다 자연의 비경 포인트를 찾아내고선 필자더러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는데 나중에 보면 훌륭한 작품이다. 필자처럼 사진을 마구잡이로 찍는 게 아니라 프로니 그럴 수밖에 없다.

참고로 소개하지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인 전창욱 씨는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로 현재 국제사진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불영사의 사계` 등 소재로 여러 번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달 6일에서 11일까지 대구예술문화회관에서 사진전을 여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다.

전 작가와 도중에 만나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타고 등산 길 들머리가 있는 백운동탐방센터에 도착하니 9시반이 다 되었다. 벌써 산행객들과 관광객들이 몰려 북적이고 있는데 주차장이 복잡해 주차할 수가 없어 조금 더 올라가 가야산호텔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산행준비를 마쳤다.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산세와 명사찰 해인사가 있고 예로부터 우리나라 `12대 명산`의 하나로 손꼽는 가야산을 오르려니 감개무량하다.

초입에 `국립공원의 소중한 자연자원을 산불로부터 보호합시다`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걷는다. 미리 정한 등산코스는 만물상릉을 쪽으로 가서 상아덤, 서성재, 칠불봉을 거쳐 주봉에 올랐다가 다시 서성재로 내려와서 용기골로해서 백운동으로 내려서는 길을 택했다. 정상에서 해인사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하산코스가 용기골 코스보다 못한듯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

만물상 등산로 코스 표시를 따라 걷는다. 초입부터 오르막이다. 된비알을 타야하는데, 이 코스가 힘든 코스임을 알리는 내용들이 많이 붙어있는데, `당신의 심장은 안녕하십니까`이다. 아무래도 가파른 코스니 사전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몸 상태에 맞게 산행하라는 의미일게다.

만물상릉을 오르기 위해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는데, 다른 산과는 다르게 초입부터 비탈길이니 바짝 신경 써고 주의해야할 난코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조심스레 한창 올라가다가 넓은 바위를 만나 잠시 쉰다. 우측 동성봉 방향의 산들이 펼쳐지는데 그곳에도 등산객들이 많다. 만물상 등산 코스는 매우 힘든 코스다. 고도 500m에서 950m까지 1.5km 구간이 가파른데, 고도 450m가 짧게 형성돼 있으니 만물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

▲ 가야산의 기암괴석들. 그 모양새가 온갖 형상을 이룬다.
▲ 가야산의 기암괴석들. 그 모양새가 온갖 형상을 이룬다.
갖가지 기암괴석과 조화로운 단풍… 곳곳이 사진 명당

돌계단을 수없이 반복해 해발 740m 지점을 통과하니 왼쪽으로 사자암이 나타난다. 멋진 장면이 수없이 반복되는 된비알에는 기암괴석과 단풍든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전 작가와 필자는 등산객들과 함께 철계단과 돌계단을 반복해 오르면서 비경에 탄식을 한다.

자연의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갖가지 암릉 모양은 새로운 창의력을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바위들,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이미지가 변하니 어느 돌, 암반 하나의 생김새에 어떤 이름을 붙여도 어울릴 것 같다.

전 작가는 근성이 발동했는지 여기저기서 연신 카메라 서터를 눌러댄다. 주변 경치가 워낙 좋다보니 작품으로 남겨 놓아야하는데 필자는 전 작가가 시키는 대로 이 바위에 앉아라하면 앉고 저 바위에서 저 자세를 취하라하면 그대로 따라해야 하니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주변의 비경을 마음에 담으려 잠시 쉰다. 곳곳의 바위가 명당자리다. 그 명당자리에 앉아서 지나온 만물상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된 기분이어서 가끔씩 생각해냈던 리오넬 테레이의 시 `천국의 문`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가 암벽에 얻는 즐거움은/ 어려운 일을 성취했다는 기쁨과/ 절벽 위에서 춤춘다는 느낌과/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느낌이다.// 그 순간 인간은 자신이 마치/ 창공을 날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인간은 결코 대지에 매여 있는 벌레가 아니라/ 알프스의 산양이 된다./ 아니 새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세계적 알파니스트의 경험처럼 지금까지 어렵게 가야산 만물상을 거쳐 여기까지 올라왔다. 사람들이 자주 오르지 않는 곳까지 찾아와서 절벽 위에 혼자 서 있노라면 형언할 수 없는 성취감에 휩싸이고, 마치 창공을 날고 있는 한 마리 새처럼 홀가분한 마음이 된다. 만물상을 마음에 담느라 비몽사몽간의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자리를 털치고 일어나 상아덤으로 향한다. 제단바위, 부처바위 등등 갖은 형상을 한 만물상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를 만난다. 일명 서장대 또는 서성대라 불리어지는 상아덤이다.

정상부에 넓적한 바위가 40도 각도로 비스듬히 걸쳐 있는데 그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신비로운 감마저 드는데, 여기에는 대가야와 금관가야의 건국신화가 서려있다. `상아덤` 의 `상아`는 여신을 일컫는 말이고, 덤은 바위를 지칭하니 곧 `하늘의 여신이 사는 바위`란 뜻이 된다.

상아덤에서 잠시 살피다가 서성재로 향하는데 여기서 서성재까지는 200m 거리다. 서성재에 당도하니 사람들이 많다. 가야산 정상에 올라다가 내려오는 산행객들과 용기골에서 가야산 정상 쪽으로 올라가는 등산객 무리들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높이는 1천110m나 된다. 서성재는 경북 성주군 수륜면과 경남 합천군 가야면을 이어주는 고개로 과거 가야산성의 서문에 위치해 있었던 유래에서 서성재라 불리어진다. 서성재에는 현재 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나 10m가 넘는 넓은 공터와 허물어진 성벽의 규모를 통해 문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학자들과 문화재 고증위원들은 말하고 있다.

저만치에서 빤히 보이는 칠불봉 쪽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칠불봉과 가야산 주봉이 멀지 않았다. 만물상 구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우리는 마지막 철계단을 타고서 칠불봉에 올랐다.

▲ 가야산 칠불봉(1천433m) 표지석.
▲ 가야산 칠불봉(1천433m) 표지석.
萬가지 상 간직해 만물상으로 불리는 암릉… 비경 뽐내

산 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저 너머 보이는 가야산 정상을 둘러봐도 단풍이 잘 보이지 않는다. 벌써 정상에는 단풍이 지고 중턱가지 내려갔다고 한다. 그래도 칠불봉의 햇살 고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비경이 넘쳐나는 풍경을 즐겨본다.

`정상에 단풍이 지기로서니/ 자연을 탓할소냐./ 돌 바위산에/ 깔닥고개는 왜 그리 많은지/ 칠불봉을 오르면서/ 숨이 헉헉 차올라도/ 왠지 모르게 기분 좋으이.// 칠불봉 아래 바위에 앉아/ 나만의 여유를 즐긴다./ 산행객 떠드는 소리에도/ 바위틈을 헤집고 자라난/ 낮으막 소나무의 잎들이/ 가볍게 흔들리는 날/ 이 풍경을 감당할 수 없으니`(자작시 `칠불봉에 올라` 전문)

전 작가와 필자는 칠불봉 철계단을 타고 내려서서 가야산 상왕봉을 향해 오른다. 내친 김에 주봉에서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자는 생각에서다. 우리는 산행속도를 내어 드디어 상왕봉에 도착했다. 상왕봉에서 느끼는 가야산의 풍취는 한 마디로 표현이 안 된다. 가을에 전국 어느 산을 가도 단풍든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가야산의 가을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가을이 익는 날에/ 단풍이 가장 곱다는/ 가야산을 오른다./ 하나같은 절경들을/ 내사 마음에 담지만/ 동행한 사진작가는/ 혼을 담는다고 한다.// 상왕봉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만물상 바위 주변에/농익은 듯 비쳐나는/ 그림 같은 단풍 모습/ 눈부시게 피어나는/ 가을날의 서정이다.`(자작시 `가야산, 가을 풍경` 전문)

아쉬움 가득 묻어내며 하산 길은 다시 서성대까지 내려서서 왼쪽 방향의 용기골인데, 필자는 용기골로 내려서면서 오른쪽 위편으로 보이는 만물상을 수 없이 쳐다본다. 만 가지 상을 간직하고 있어 만물상으로 불리는 암릉과 단풍 든 나무들을 보니 정말 보물이 따로 없다. 필자와 전창욱 사진작가는 용기골로 내려서서 백운동으로 내려서서 5시간 반의 가야산 산행을 모두 마쳤지만 마음에 남는 것은 가야산에 대한 기대만큼 산행이 황홀했다는 느낌뿐이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그것은 아무리 미식가라 해도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싫증이 나게 마련이지만, 가을 볕이 좋은 오늘 하루 좋은 풍경은 싫도록 보아도 그 아름다움이 가슴 속에 남는다는 기쁨에서다.

가야산 만물상과 칠불봉을 오르고 내리면서 만나본 숱한 진귀한 보물들, 오래도록 떠나고 싶지 않았던 가야산에서 그 멋진 풍경들을 마음에 담으며 이 빛나는 가을날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진정 알았으니 자연에 대해 새삼스레 고마운 순간이다.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