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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晩秋

다시 잎이 진다, 저녁의 바람이 어디론가 몰려가 어둠에 섞이고 저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는 이는 불 꺼진 방 안에 누워 뉘우침의 감옥에 갇힌다,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짧게는 약이 될 저 소리는 제 몸에 젖어 있는 기억들이 내지르는 비명이다, 환하게 만들다 결국에는 더 큰 구멍으로 자신의 몸을 관통할 총탄이다 누가 서글픔에 창문을 본다, 나무들의 침묵, 그 사이로 떨러지는 붉은 울음들, 삶의 배경이 되는 허무의 울음들 그리하여 어떤 이는 먼 바다에 이르러 굽이치는 자신의 파도를 달래느라 우두커니 연민의 배경이 되고 또 어떤 이는 제 침묵 속에 기다란 막대기를 집어 넣어 죽은 노래를 깨운다, 날이 가물고 펄럭이는 것들이 굶주린 정원에서 헤매이고 비명 소리는 자지러지게 울려 퍼진다 대개 사람들은 ‘가을’ 하면, 낙엽에서 연상되는 쓸쓸함과 애상의 이미지를 떠올릴 테다. 하나 위의 시는 애상을 넘어 매우 고통스럽고 강렬한 가을 이미지를 보여준다. 어둠에 섞인 가을 저녁 바람은 “뉘우침의 감옥”에 어떤 이를 가두고, 자신의 몸에 총탄을 박도록 그를 끌고 간다. “자지러지게 울”리는 비명의 이미지로 가득한 가을. 가을은 “허무의 울음들”을 ‘배경’으로 부르는 “죽은 노래를 깨”우는 계절이다. 문학평론가

2024-11-12

독서의 계절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전주 도서관 여행을

어느새 가을이다. 가을은 바람의 향기속에 책향기가 숨어 있는 것만 같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은 새로운 책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조금은 특별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싶다면, 전주에 숨겨진 이색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주시는 2021년 조직 개편을 통해 도서관본부를 만들 정도로 도서관에 진심인 도시이다. 전주를 찾을 때 마다 한옥마을만 둘러봤다면 이번 가을에는 전주 도서관 여행을 떠나보자. ▲ 한옥마을도서관 한옥마을도서관은 전주 한옥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선물처럼 만날 수 있는 한옥 도서관이다. 고즈적한 한옥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만끽하면서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만 한 곳이 없다. 한옥마을 도서관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꿈방앗간, 마음곳간, 대나무숲이라는 한옥 건물 세 채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대문 정면에 있는 꿈방앗간은 아늑한 카페를 연상시킬만큼 포근하다. 1인용 책상과 쿠션방석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도 좋다. 마음곳간은 툇마울와 서까래, 격자무늬 창문이 있어 한옥의 미를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며, 대나무숲은 큰 나무 탁자가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 동문헌책도서관 전주 한옥 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동문헌책도서관은 헌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방문객들에게 깊은 향수를 자극하는 도서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적이고 단정한 외관과 달리 도서관 내부에는 다양한 시대의 헌책들이 보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구성된 이 도서관은 4000여 권 이상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1층에서는 ‘어제의 금서가 오늘의 고전’이라는 주제로 과거 출판 및 구매가 금지되었으나 오늘날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들이 전시돼 있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시대의 명저가 가득하다. 2층에는 동문헌책도서관의 독특한 ‘공유책장’이 마련돼 있다. 방문객들은 집에서 가져온 헌책을 기증하거나 다른 책과 교환할 수 있어, 책을 나누고 공유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지하 1층은 만화책과 잡지, 유명 캐릭터 피규어,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공간은 특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다가여행자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도서관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현재 여행 중인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전라감영 인근의 옛 치안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2년 1월에 문을 열었다. 도서관 1층에는 여행자들에게 길잡이가 될 국내외 다양한 여행 가이드북이 있고 야외 정원처럼 꾸며진 ‘책정원’과 실내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책풍덩’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층에는 여행자들이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감성적인 LP 음악을 들으며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여행 정보를 교환하고 또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 지하 1층의 ‘다가독방’은 아늑한 다락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따뜻한 조명 아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서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곳은 여행자를 위해 특화된 공간인 만큼 운영 시간도 입국, 출국으로 센스 있게 표기해 놓았다. 만약 여행을 계획 중 이거나 여행 중이라면 이곳에 들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