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다. 가을은 바람의 향기속에 책향기가 숨어 있는 것만 같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은 새로운 책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조금은 특별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싶다면, 전주에 숨겨진 이색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주시는 2021년 조직 개편을 통해 도서관본부를 만들 정도로 도서관에 진심인 도시이다. 전주를 찾을 때 마다 한옥마을만 둘러봤다면 이번 가을에는 전주 도서관 여행을 떠나보자.
▲ 한옥마을도서관
한옥마을도서관은 전주 한옥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선물처럼 만날 수 있는 한옥 도서관이다. 고즈적한 한옥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만끽하면서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만 한 곳이 없다.
한옥마을 도서관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꿈방앗간, 마음곳간, 대나무숲이라는 한옥 건물 세 채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대문 정면에 있는 꿈방앗간은 아늑한 카페를 연상시킬만큼 포근하다. 1인용 책상과 쿠션방석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도 좋다. 마음곳간은 툇마울와 서까래, 격자무늬 창문이 있어 한옥의 미를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며, 대나무숲은 큰 나무 탁자가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 동문헌책도서관
전주 한옥 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동문헌책도서관은 헌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방문객들에게 깊은 향수를 자극하는 도서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적이고 단정한 외관과 달리 도서관 내부에는 다양한 시대의 헌책들이 보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구성된 이 도서관은 4000여 권 이상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1층에서는 ‘어제의 금서가 오늘의 고전’이라는 주제로 과거 출판 및 구매가 금지되었으나 오늘날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들이 전시돼 있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시대의 명저가 가득하다. 2층에는 동문헌책도서관의 독특한 ‘공유책장’이 마련돼 있다. 방문객들은 집에서 가져온 헌책을 기증하거나 다른 책과 교환할 수 있어, 책을 나누고 공유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지하 1층은 만화책과 잡지, 유명 캐릭터 피규어,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공간은 특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다가여행자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도서관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현재 여행 중인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전라감영 인근의 옛 치안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2년 1월에 문을 열었다. 도서관 1층에는 여행자들에게 길잡이가 될 국내외 다양한 여행 가이드북이 있고 야외 정원처럼 꾸며진 ‘책정원’과 실내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책풍덩’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층에는 여행자들이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감성적인 LP 음악을 들으며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여행 정보를 교환하고 또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 지하 1층의 ‘다가독방’은 아늑한 다락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따뜻한 조명 아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서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곳은 여행자를 위해 특화된 공간인 만큼 운영 시간도 입국, 출국으로 센스 있게 표기해 놓았다. 만약 여행을 계획 중 이거나 여행 중이라면 이곳에 들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