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우
마음이 진동해서 걷다가 우뚝 멈춰요 레일 부딪는 소리 들려오고 마음의 지층을 깨뜨리며 열차가 지나가고 있어요 어둠 속 협궤를 달리는 열차, 불 밝힌 객실에 밤 소풍 가는 달뜬 얼굴들 사이 언뜻 보이는 챙 넓은 모자, 증기를 뿜으며 열차가 멈추고 외등 켠 간이역에 내려서는 뒷모습, 끝내 돌아서지 않는 당신을 내버려 두고 다음 지층을 향해 기적 소리 울리며 열차는 달려가고 있어요 몰래 돌아보면 호박꽃 얼굴로 당신이 노랗게 웃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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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엔 지층이 있다. 지층 밑에는 몰래 숨겨둔 기억들이나 열망이 있다. 위의 시에 따르면 마음의 지층을 깨뜨리는 것은 ‘협궤열차’다. ‘당신’과 관련된 협궤열차에 대한 기억이 있기에. ‘당신’은 협궤열차에서 내려 “끝내 돌아서지 않”은 이다. 시인이 몰래 사랑한 사람일까. 그런데 ‘다음 지층’이 있다. “호박꽃 얼굴로” “노랗게 웃고 있”는 당신에 대한 기억. 마음의 협궤열차는 ‘당신’에 대한 기억의 힘으로 달린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