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면 만사형통이다
이방으로 걸으니 차림새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방으로 먹으니 혼자여도 쓸쓸하지 않다
이방인으로 일하니 최저시급도 감지덕지다
이방인으로 기도하니 어느 신이건 상관없다
이방인으로 사랑하니 사랑도 사랑이 아니다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고
너도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고
아무 말이나 막 하고 살아갈 수 있다
실수를 하면 이방인이 되어 사과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이방인으로 감옥에 간다
(중략)
이방인이니까
이토록 좁고 불편하고 낮은데
비로소 자유롭다
이방인이니까
….
젊은 시인 김은선의 시. 정식으로 등단하지 않고 시집을 낸 시인이다. 위의 시는 MZ세대의 의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이방인으로서 자신을 느끼고 또한 이방인이 되고자 하는 의식. “혼자여도 쓸쓸하지 않”으며 돈에 대한 욕망도 가지지 않고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하나 이방인이 가질 수 있는 건 자유로움. 차림새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말을 하나 안 하나 신경 안 써도 되는.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