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드미르 마야콥스키(김성일 옮김)
거리는 매독 환자의 코처럼 사라졌다
강은 군침 흘리는 정욕.
마지막 잎사귀의 속옷까지 벗어던진
유월의 정원이 음탕하게 누워 있다.
나는 광장으로 걸어 나와,
불타버린 구역을
붉은 가발처럼 머리에 뒤집어썼다.
공포에 떠는 사람들-무심코 내뱉은 내 외침에
다리를 벌벌 떤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지도, 욕하지도 않는다.
마치 예언자에게 하듯, 내 발밑에 꽃을 뿌린다.
코가 사라져버린 이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다.
내가 자신들의 시인임을.
(중략)
신 역시 내 책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리라!
이건 말이 아니라, 뭉쳐진 경련 덩어리로군,
신은 내 시집을 겨드랑이에 끼고 하늘을 돌아다니리,
그리고 한숨지으며 그것을 친구들에게 읽어주리라.
….
러시아 혁명의 시인 마야콥스키. 위의 시는 혁명 이전, 그가 21살 때 쓴 시다. 그는 이 시에서 자신이 “매독 환자의 코처럼” 퇴폐와 죄에 둘러싸인 도시의 예언자적인 시인임을 선언한다. 이 시에서 자연은 순수한 대상이 아니라 정욕과 음탕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신이 그의 시집을 “말이 아니라, 뭉쳐진 경련 덩어리”라고 표현하듯 거침없고 대담한 이미지들로 전개되는, 종래 서정시의 틀을 뒤집은 폭탄 같은 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