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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등록일 2026-01-25 15:32 게재일 2026-0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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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태엽이 풀려 지금 정지한 벽시계

12에 멈춘 초침과 2에 멈춘 분침 사이로

벚꽃이 피어나더니 꽃잎이 휘날리고

 

벚꽃이 피면 뭘해요

어차피 내가 걸을 길이 없는데

울 수도 없어요

꽃잎이 너무 환해서

시계 속이 너무 어두워서

 

길이 없는 곳에서도 꽃잎은 날리죠

꼼짝없이 하얗게 갇혀 있네요

당신과 당신의 그림자 사이에

첫번째 편지와 두번째 편지 사이에

 

여기저기 있던 당신

내 시계에서 다 죽어버렸네요

 

…..

“태엽이 풀려” 벽시계가 정지하고, 시인의 시간도 정지한다. 정지된 시간의 사이에는, 벚꽃 지며 휘날리고 있다. 정지된 시간은 “당신과 당신의 그림자 사이”이기도 한 “첫번째 편지와 두번째 편지 사이”의, 환하게 피었다가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여기저기 있던 당신”은 “다 죽어버”리고, 시인은 그 “너무 어두운” 사이 시간 속에 “하얗게 갇혀 있”다. “걸을 길도 없는” 꽃잎 흩날리는 곳에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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