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아라공(김남주 옮김)
인간만이 사랑을 가진 자이기에
자기가 품었던 꿈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자기가 불렀던 노래가 다른 사람의 입술로
자기가 걸었던 길이 다른 사람의 길로
자기의 사랑마저 다른 사람의 팔로 성취되고
자기가 뿌렸던 씨를 다른 사람들이
따게 하도록 사람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인간만이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중략)
나는 그대에게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태어나고 사랑을 위해 태어나는 것이라고
낡은 세계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처음에는 생이 다음에는 죽음이 바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분배될 것이다
하얀 방도 피투성이의 입맞춤도
그리하여 부부들과 우리들 세상의 봄이
오렌지 꽃처럼 지상에 흩어져 깔릴 것이다
….
루이 아라공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이자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시인이다. 김남주 시인은 감옥에서 아라공의 시를 옮겼다. 위는 장시의 1연과 마지막 연을 옮긴 것. 현재 시의 발언이 점점 축소되고 개인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시대가 위의 시가 말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나 인간에 대해, 사랑의 미래에 대해 커다란 육성으로 말하는 시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