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빈
나는 내리는 비 아래
소나기를 피하겠다고
조금이라도 젖지 않아보겠다고
애초에 괴롭지 않겠다고
그러니 나가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차라리 묻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러겠다고
전력으로 달릴 때마다
나는 알게 된다
저 날씨 끝에 누군가를 두고 왔다는 것
이제는 데리러 갈 수 없다는 것
……
세상엔 소나기가 내린다. 소나기를 맞으면 괴롭다. 하여 소나기를 피하고 “조금이라도 젖지 않”기 위해 “나가지 않으면” 된다고, 시인은 생각했나보다. 그 홀로 살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마음을 다잡고 “전력으로 달”려야 하는 칩거이기에. 그때 시인은 깨닫는다. 이 칩거의 삶에서, “저 날씨 끝에 누군가를 두고 왔다는 것”을 말이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여서 그 누군가는 영영 “데리러 갈 수 없”다는 것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