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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02-08 16:42 게재일 2026-0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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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신발도 신지 않고

외투도 걸치지 않고

배고프면 먹이를 찾고

때가 되면 짝을 찾고

몸이 시키는 대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어느 겨울날

재수없이 바퀴에 깔려

피범벅이 되어도

새는 후회하지 않는다

제 살을 파먹으며 아파하지 않는다

 

……

시인은 살면서 행한 어떤 일에 대해 후회와 함께 “제 살을 파먹으며 아파하”고 있는 인간이다. 이에 그는 자신의 삶을 극복한 표백으로서 새를 생각한다. 새는 자기 몸밖에 갖지 않은 가난한 존재이지만 자유롭다. “몸이 시키는 대로” 날아다니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집을 짓고 알을 낳”으며 살아가는 존재. 자유로운 만큼 “바퀴에 깔”릴 위험도 많지만 “후회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는” 강인한 존재가 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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