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원
내려갈 버스를 기다리면서
두고 온 핏줄 생각하니 눈이 뜨거워진다
함박 함박 눈은 내려
시끄러운 세상을 덮어버린 어둑한 밤
우리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눈은 마냥 퍼붓고 썰렁한 대합실에
소리 없는 뉴스만 보고 있다
무인 기계 앞에서 냉냉한 찬 기운 옷 속으로 파고들어
내일이면 새해 첫날
가지 말라고 내 손을 잡아당기는 순한 손
안 떨어지는 발을 달래면서
곧 오겠다고 돌아보면서
창가에 앉아 핏줄을 떠올려 보는
십이월 마지막 날 내일은 새해
희망은 보이지 않는데 다시 희망은 온다
적어 보는 겨울밤
….
“순한 손”을 가진, “두고 온 핏줄”은 누구일까. 시인의 손주 아닐까. “가지 말라고 내 손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면 아이일 테니. 시인은 이 ‘핏줄’을 생각하며 버스 대합실에서 “마냥 퍼붓는 눈”을 바라본다. 만나고 이별해야 하는 삶,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기 힘든, 삶의 쓸쓸함과 희망 없음에 대한 상념에 빠지며 말이다. 하나 “다시 희망은 온다”고 시인은 쓰는데, 마침 “내일은 새해”이기 때문이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