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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쪼개는 이 빵은

등록일 2026-02-01 15:19 게재일 2026-0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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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토머스(김천봉 옮김)

내가 쪼개는 이 빵은 본래 귀리였고,

이 포도주는 한 이국 나무에 열린

열매 속에 잠겨 있었는데,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포도주가

곡물을 쓰러뜨리고, 포도의 기쁨을 깨뜨려버렸다.

 

이 포도주에 담긴 여름 피는 본래

포도나무 장식했던 과육 속에 박여 있었고,

이 빵에 배인 귀리도

한때는 바람 속에서 즐거웠는데,

사람이 햇살을 끊고, 바람을 멈춰버렸다.

 

너희가 쪼갠 이 살, 너희가 황폐하게

만드는 혈관 속의 이 피는

본래 귀리와 포도

육감적인 뿌리와 수액의 산물로

너희는 내 방 물어뜯고, 내 포도주를 마신다.

….

위의 시는 20세기 중반에 활약한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일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인간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빵과 포도주는 우리의 기본적인 먹거리로 매일 먹고 마시는 사물들이지만, 자연 입장에선 그것들은 폭력의 산물이다. 빵은 즐거이 바람을 맞이하곤 했던 귀리를 쓰러뜨리고 땅에서 뽑아 만든 것, 포도주 역시 포도 속에 박혀 있던 피를 뽑아낸 것이기 때문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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