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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찍은 풍경

등록일 2026-02-19 17:05 게재일 2026-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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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

날라리바람 데리고

남한산성 둘레길을 건들건들 걷는다

어깨를 툭, 치고 달아나는 트롯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다며

채워 달라는

그녀의 시선 낯 뜨거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먼 풍광 앞에서

흐릿한 시야를 비비는

남편의 눈에

안약을 발라주는

한 노파의 손

석양이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

‘사랑의 배터리’를 충전하려는 ‘날라리’가 된 심정으로 건들건들 산책하고 있는 시인. 그 배터리를 어떤 노파가 충전시킨다. “남편의 눈에/안약을 발라주는/한 노파의 손”은 사랑의 강력한 전기를 배출하고 있는 것. 흥미로운 점은 이 장면을 풍경이 사진 찍고 있다는 것. 아름다운 석양은 우리가 사진 찍는 대상이지만, 석양에겐 저 사랑을 방전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이어서 기억하고픈 대상인가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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