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
날라리바람 데리고
남한산성 둘레길을 건들건들 걷는다
어깨를 툭, 치고 달아나는 트롯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다며
채워 달라는
그녀의 시선 낯 뜨거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먼 풍광 앞에서
흐릿한 시야를 비비는
남편의 눈에
안약을 발라주는
한 노파의 손
석양이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
‘사랑의 배터리’를 충전하려는 ‘날라리’가 된 심정으로 건들건들 산책하고 있는 시인. 그 배터리를 어떤 노파가 충전시킨다. “남편의 눈에/안약을 발라주는/한 노파의 손”은 사랑의 강력한 전기를 배출하고 있는 것. 흥미로운 점은 이 장면을 풍경이 사진 찍고 있다는 것. 아름다운 석양은 우리가 사진 찍는 대상이지만, 석양에겐 저 사랑을 방전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이어서 기억하고픈 대상인가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