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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기

등록일 2026-02-11 18:15 게재일 2026-0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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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환

나는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져서 걸어다닌다 의자에 앉아 기울어져 졸기도 한다 진짜 기울어졌나 거울을 갸우뚱 바라보다 진짜 기울어진다 비탈에 서 있는 것처럼 구부정하게 기울고 척추를 바로 세워도 조금씩 기울고 기울어져 기우는 중이다 무너지는 중인가 쓰러지는 중이다 비스듬히 중력을 버티는 중이다 기우는 운명을 한탄하며 우는 중이다 울면서 기우는 중이다 오래 기울면 우는 것이다 기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기울기에 갇혀 울다 지쳐 졸기도 한다 기울어지면 기울어진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

기울어지는 삶. 중력의 힘에 꼿꼿히 맞선다기보다는 중력이 끌어당기는 데 따라 쓰러져가는 삶. 우리의 삶이 그렇지 않은가. “기우는 운명을 한탄하며 우는 중”인 삶. 하나 이런 기울어지기에 삶의 진실이 있다고 시인은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울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하여 울음은 진실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 울음은 시가 아닐까. 어딘지 모르는 “기울어진 쪽으로 향하”면서 흘리는 울음의 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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