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사물이여
너도 언약의 미로에 거주하고 있었구나
약속은 너를 부르는 이름이었으나
약속의 땅에 멋대로 국경을 세운 자들이
너를 추방한 후로
이 미로에서 언약을 굳게 기억하며
어디로 흐를지 모를 시간을 위하여
너는 회전축으로 남았구나
언약은 미루어진 채로 늘 미로이고
그리하여 너는 이제 스스로 약속을 현시하는구나
오랜 기다림 끝에 언약은
네 안에서 말하는 사물이 되었구나
그리하여 사물 안에서 시간이 말하는구나
사물이여
시간의 사건이여
…….
아담이 사물에 이름을 붙였을 때, 사물과 이름은 하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말이 갈라지고 언어가 사물 사이에 “멋대로 국경을 세”우자 사물과 언어는 분리되고 사물의 존재 자체는 어둠 속에 갇히게 되었다. 사물은 다시 자신의 이름을 가져 자신의 존재성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길 기다리다가, “이제 스스로” 자신 “안에서 말”함으로써 “약속을 현시”한다. 이와 함께 약속의 시간 역시 말하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