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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2-23 15:59 게재일 2026-02-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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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

우리를

밤의 유리창 앞에 서 있게 하는 게 있다

밥 먹다가 갑자기 숟가락을 떨어뜨리게 하는 게 있다

 

그것은

아가의 웃음 속에도 있고

연인의 상기된 뺨에도 있고

노숙의 헐벗은 발, 쓰러진 소주병 속에도 있다

 

차라리 안 보면 좋았을 것

기억하면서 잊어야 하는 것

 

말하고 싶지 않지만

다 말할 수도 없고 말해지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거짓말 하듯,

더듬더듬 말해야 하는 게 있다

 

물 빠진 둠병 바닥 미꾸라지의 몸부림 같은 것

온종일 삐걱삐걱 빈방을 돌고 있는 의자의 표정 같은 것

 

수시로 우리를 떠나가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는

이상한 그림자들

 

시인은 다 말할 수 없는 ‘그것’을 붙잡아 어떻게 더듬더듬 말하고자 하는 이 아닐까. ‘그것’은 갑자기 현현하여 위장된 평온을 뒤흔들고 쇼크를 준다. 어디서나 나타나는 ‘그것’, 아가의 웃음뿐만 아니라 노숙자의 소주병에도 있는, “안 보면 좋았을” ‘그것’은 삶의 어떤 끝에서 일어나는 몸부림을 드러내거나 빈방의 삐걱거리는 의자처럼 허허롭기도 하다. ‘그것’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이상한 그림자들’인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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