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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저리가 중심을 만든다

등록일 2026-01-22 18:19 게재일 2026-0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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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희

금계국 기다란 목이 홀쭉하다

바람이 노랗게 흔들린다

잎들이 낱낱이 흔들린다

중심이 흔들린다

 

벌들이 꽃술에 앉는다

꽃술은 꽃의 중심에 있다

 

봄여름 가을,

중심은 꽃잎을 피워 언저리를 꾸민다

 

벌은 중심에 앉았다가 잠시 언저리를 스치고

또 다른 중심을 찾아간다

 

언저리를 보면 중심이 보인다

 

바람이 분다

금계국 그림자가 땅을 흔든다

그림자에는 중심에서 꿀을 훔치는 벌이 보이지 않는다

꽃보다 그림자가 크게 흔들린다

 

…..

위의 시는 중심과 ‘언저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다. 우리는 보통 중심이 언저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나 위의 시는 시 제목이 말해주듯이 “언저리가 중심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벌들처럼 꽃의 중심을 찾아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고 언저리는 스쳐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언저리를 통해서 진정한 중심으로 향하는 길을 알 수 있다. 언저리는 흔들림을 통해 드러난다. 흔들림은 그림자를 통해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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