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달리는 기차를 본다 멈추지 않는 기차를
멈추지 않아 아무나 탈 수 없는 기차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도 없는 기차
기차의 속도로 달려야만 탈 수 있다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자는 치명상을 입는다
세워주지 않는 저 기차에 우리 모두가 이미 타고 있다
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몸을 던져 연료가 되는 자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기차를 세울 수 없는 것은
기차의 목적지는 기차 안에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있는 사람은 기차를 탈 권리가 없다
기차의 목적지는 달리는 속도에 있다
….
“멈추지 않는 기차”, 이 기차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성장의 속도에 열을 올리는 자본주의 세상을 의미할 테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이상, 우리 모두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이 기차에 탈 수밖에 없고, 마음대로 내릴 수 없다. 기차에 탄 사람 대부분은 기차가 “달릴 수 있도록” 연료로 사용된다. 기차가 멈추지 않는 건, 기차의 속도, 그 빠름을 달성하는 것이 기차가 달리는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