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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주민은 ‘물류 인질’인가... 수익성 매몰된 화물 선사·손 놓은 행정 ‘논란’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1-28 17:21 게재일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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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악화 핑계 운항 횟수 70% 감축... 생필품 동나고 건설 현장 ‘마비’
화물 선사 ‘네 탓 공방’ 속 물류 고립 심화
해수청·지자체는 “법적 근거 없다” 방관
주민들 “선사 자율에만 맡길 일 아냐, 화물선 공적 관리 체계 도입 절실”
눈 덮인 울릉 사동항. 겨울철 기상 악화 속에서도 대형 크루즈는 정상 운항 중이지만, 정작 주민들의 생필품을 실어 나를 화물선은 주 1회꼴로 운항해 논란이다. /황진영 기자

울릉도 주민들이 대형 크루즈 도입으로 ‘육지 나들이’의 물꼬를 텄지만, 정작 삶의 혈관인 화물선이 선사들의 수익성 논리에 가로막히면서 심각한 물류 고립 상태에 빠졌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울릉 항로를 운항하는 화물선 미래호와 금광호가 겨울철 경영난과 기상 악화를 명분으로 운항 횟수를 기존 주 3회에서 주 1회 수준으로 대폭 줄이면서 섬 전체가 생필품 부족 등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울릉도는 대형 여객선 덕분에 기상 악화 시에도 육지 이동이 비교적 안정화됐다. 하지만 정작 사람이 먹고 자는 데 필요한 물자를 나르는 화물선은 멈춰 선 실정이다. 주 1회 운항은 동해의 거친 기상을 고려할 때, 단 한 번만 결항해도 열흘 이상 물자가 끊긴다는 뜻이다. 이는 사실상 ‘물류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육지 물류센터에는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섬 내 슈퍼마켓은 매대 비우기가 일상이 됐다. 

 

울릉읍 주민 B씨는 “사람은 여객선을 타고 육지에 갈 수 있는데, 정작 아이 기저귀와 분유는 일주일째 포항 터미널에 묶여 있다”며 “생필품조차 제때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분통 터진다”고 토로했다. 

 

물류 대란의 여파는 생필품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대형 카페리에 실을 수 없는 가스, 유류, 대량 식자재 등 필수 자원 보급이 끊기다시피 하고, 건설업계 역시 철근 등 주요 자재 공급 중단으로 민간 공사 현장이 일제히 멈춰 설 위기다. 

화물 선사들이 겨울철 경영난과 기상 악화를 이유로 운항 횟수를 줄이면서 울릉도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황진영 기자

특히 최근의 운항 파행은 주민들의 공분을 더 하고 있다. 금광 해운의 ‘금광 11호’가 지난 21일부터 30일까지 정기 검사로 휴항하면서 사실상 ‘미래 15호’ 한 척에 물류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 15호는 지난 21일과 23일, 26일 세 차례나 기상 악화를 이유로 운항을 중단했다. 특히 26일은 동해상 파고가 1~2m 수준으로 비교적 잔잔했음에도 결항을 결정해 ‘고의 휴항’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화물 선사들은 해결책 마련보다 책임 회피와 ‘네 탓 공방’에만 급급하다. 금광 해운 관계자는 “겨울철 물동량 감소로 인한 손실이 막대해, 울릉군과 함께 격일제 운행을 제안했으나 미래해운 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래해운 측은 “주말 하역료 할증 등 적자 구조에 대한 보조금 없이는 운항 확대가 어렵다”며 “화물선은 신고제라 정기 운항 의무가 없고, 운항 여부는 선장의 자율적 판단 영역”이라고 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매년 반복되는 이 사태를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한 관계자는 “화물선 운항이 공적 기준이 아닌 선사의 수익성과 자율적 판단에만 맡겨져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주민 일상을 담보로 벌이는 선사 간의 기 싸움을 더는 묵과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를 중재해야 할 행정기관마저 법적 한계를 이유로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내항 화물 운송사업자의 운항 증·감편에 대해 강제 권고할 법적 규정이 없다”고 답했고, 울릉군 또한 “선사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울릉 주민들은 “화물선은 단순한 배가 아니라 우리에겐 생명선”이라며 “선사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적자 보전 대책 마련과 함께 정기 운항을 강제할 수 있는 공적 관리 체계 도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겨울철마다 되풀이되는 기형적인 물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법적 한계를 넘어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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