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르 바예호 (김현균 옮김)
오케스트라가 침묵할 때, 베일 쓴
여인들의 그림자 나뭇가지 밑을 지나가고,
마른 나뭇잎들 사이로 차가운 달빛 망상,
창백한 노을 구름이 스민다.
망각 속의 아리아를 흐느끼는 입술들이 있고,
상아색 드레스는 커다란 붓꽃을 가장한다.
실성한 무리들의 수다와 미소가
거친 풀숲에 실크 향을 뿌린다.
햇살이 그대의 귀환을 웃음으로 맞아 주길.
그대가 단아한 자태를 드러내면
축제는 금빛 창조로 노래하리라.
그러면 나의 시는 그대의 땅에서 음메 하고 울리라,
온통 신비로운 구릿빛에 싸여, 그대 사랑의
아기 예수가 탄생했다고 흥얼거리며.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페루 시인 바예호의 시. 성탄 전야의 축제를 신비스럽게 묘사했다. 차가운 달빛이 “마른 나뭇잎들 사이로” 흔들리며 비추는데, “아리아를 흐느끼는 입술들”과 “실성한 무리들의 수다와 미소”들이 난무한다. 시인은 이 광기 어린 축제를 보며 ‘그대의 귀환’-‘아기예수’의 재탄생-을 기다린다. ‘그대’가 오면 “축제는 금빛 창조로 노래”할 것이며, “나의 시는 그대의 땅에서” 소처럼 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