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석
잃어버린 것은 셀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잃어버린 것을 자꾸만
다르게 기억하는구나
몇 사람이 모였지만
우리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몇 사람이 모여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아무것도 기다릴 수 없는 계절이 온다
당신을
빨리 감기 했으면서 다 봤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문밖엔
장면들이 도착해 있다
……
꽃이 활짝 핀 시절이 있었다. 아름다웠던 시절. 그 시절은 지나갔으나 그 시절 함께 했던 이들 몇이 모였다. 하나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우리들. 이젠 아름다움을, 그 무엇도 “기다리지 않”고 “기다릴 수 없는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잃어버린 시절은 “다르게 기억”된다. 그것은 “셀 수 없는 것”이기에. “빨리 감기”로 영화 장면 보듯 떠올려지는 그 시절, “늘 문밖”에 도착해 있는 당신의 장면들에 대한 기억처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