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욱
눈 덜 녹은 가지 위
엷게 불거진 홍매화는
이월 살살한 눈길에도 농농하였다
눈 녹으면 꽃 활짝 필까
꽃 피면 그 눈 녹을까
행여 붕대를 풀면 상처라도 드러날까
한 치의 겨울 한 치의 봄
지긋이 감은 눈동자
차마 정색한 봄
겨울과 봄 사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바람도 잠시 기다리는
가지의 떨림도 잠시 멈추었다
…..
시의 제목이 ‘첫사랑’인 것을 보면, 위 시의 ‘홍매화’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인 듯싶다. 덜 녹은 눈이 덮여 있는 그 기억은 아직 피지 못한 상태다. 마음이 겨울인 시인은 봄이 오면 그 기억 활짝 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아직 첫사랑의 상처가 덜 아물었기에 그 상처를 가린 붕대를 풀 수 없어서다. 이렇듯 첫사랑은 여전히 아픔을 주는 물음표를 달고 있지만, 결국 봄이 와 느낌표로 피어나리라고 그는 믿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