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본푸아(한대균 옮김)
오늘 밤, 비가 왔다.
거리엔 젖은 풀 냄새,
이어, 또다시, 우리의 어깨 위엔
열기의 손, 우리에게서 시간은
아무것도 빼앗지 않으리라 말하려는 듯이.
그러나 저기
벌판이 편도나무와 부딪치고 있는 곳에,
보아라, 한 마리 야수가 나뭇잎들 가로질러
어제에서 오늘로 뛰어올랐구나.
그리고 우리는 멈춘다. 세상 밖이구나.
아직도 신성한, 어제의 수액이 흘러나오는
벼락 맞은 여름이여, 나뭇가지여.
난 너에게 다가가,
검게 탄 나뭇등걸에서 마침내 널 뽑아내고 있구나.
….
프랑스 현대 시인 본푸아의 시. 어렵지만 강렬하게 읽힌다. 비가 왔지만 다시 열기가 ‘우리’를 찾아 왔다. 시간은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다. 하나 과거가 야수처럼 “어제에서 오늘로 뛰어올”라온 모습이 저기 있다. 벼락 맞아 “검게 탄 나뭇등걸”이 그것, 그 모습에서 미래로의 시간은 멈추고, “신성한, 어제의 수액이 흘러나”온다. 이에 세상은 ‘세상 밖’에 순간 존재하고, 시인은 이 모습에서 벼락을, 시를 뽑아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