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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景

등록일 2025-11-20 16:18 게재일 2025-11-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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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우리 눈 높이 위에 있는 음악이다

바람이 멎은 후

꽃나무 사이 풍경처럼 삭막한 음악이다

표정만한 가벼운 몸 둘레에 따스한 얼굴

더 소중한 그 무엇을 소망하는 얼굴이다

우리 시야보다 먼데 있는 종소리다

귀를 막고 숨어도 들려오는 종소리다

하여,

이후에 찾아 올 몇몇 친구

이미 묘비에 잠든 이

사랑하는 이

모두 한결같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여

얼굴의 미소여

저 제야의 종소리는 무슨 연유일까

사랑한다는 한 마디의 유언은

 

……..

2007년 작고한 김영태 시인의 시. 위의 시는 1959년 ‘사상계’에 발표된 그의 데뷔작 중 한 편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이미지와 중첩시켜 표현하고 있다. 雪景을 “귀 막고 숨어도 들려오는 종소리”로 비유하니. 나아가 시인은 이 음악을 “그 무엇을 소망하는 얼굴”로 전환시키고 “묘비에 잠든” “몇몇 친구”의 귀환을 상상한다. 하여 설경은 제야의 종소리로, “사랑한다는 한 마디의 유언”으로 의미화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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