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우리 눈 높이 위에 있는 음악이다
바람이 멎은 후
꽃나무 사이 풍경처럼 삭막한 음악이다
표정만한 가벼운 몸 둘레에 따스한 얼굴
더 소중한 그 무엇을 소망하는 얼굴이다
우리 시야보다 먼데 있는 종소리다
귀를 막고 숨어도 들려오는 종소리다
하여,
이후에 찾아 올 몇몇 친구
이미 묘비에 잠든 이
사랑하는 이
모두 한결같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여
얼굴의 미소여
저 제야의 종소리는 무슨 연유일까
사랑한다는 한 마디의 유언은
……..
2007년 작고한 김영태 시인의 시. 위의 시는 1959년 ‘사상계’에 발표된 그의 데뷔작 중 한 편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이미지와 중첩시켜 표현하고 있다. 雪景을 “귀 막고 숨어도 들려오는 종소리”로 비유하니. 나아가 시인은 이 음악을 “그 무엇을 소망하는 얼굴”로 전환시키고 “묘비에 잠든” “몇몇 친구”의 귀환을 상상한다. 하여 설경은 제야의 종소리로, “사랑한다는 한 마디의 유언”으로 의미화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