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영
흔들리자
흔들리면서 살자
아무렇게나 자란 갈대처럼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미련 없이 날리자
가볍게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수로부인이여,
또는 아사녀여 아니면 너여
나를 혹해다오
내 마음은 비무장지대
지뢰와 갈대가 몸을 섞는 곳
터뜨려다오
갈대만 남기고
숨 막히는 지뢰는 터뜨려다오
불꽃처럼 터지는 가벼운 삶
행복한 불혹, 혹
흔들리지 않는 나이, 40. 그 나이를 지나갔을 시인은 이 ‘불혹’을 불같은 흔들림이라고 바꾸어 생각한다. 바람의 ‘혹’에 흔들리다가 “불꽃처럼 터지”며 “미련 없이 날리”는 삶을 사는 나이가 불혹이라고. 하여 그는 수로부인이든 아사녀든 너든, “나를 혹해”주기를 바란다. 그의 마음은 “지뢰와 갈대가 몸을 섞는” ‘비무장지대’, 마음 속 “숨 막히는 지뢰”를 터뜨려주기를 빌면서. 안정이 아니라 열정의 나이 불혹.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