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라고는 하지만 도봉산이 바로 咫尺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한복판인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정보가 매우 정확하다 훌륭하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벌떼들, 꿀벌떼들, 우리집 뜨락에 어제 오늘 가득하다 잔치잔치 벌였다 한 그루 활짝 핀, 그래, 滿開의 산수유, 노오란 꽃숭어리들에 꽃숭어리들마다에 노오랗게 취해! 진종일 환하다 나도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두근거렸다 잉잉거렸다 이건 노동이랄 수만은 없다 꽃이다! 열려 있는 것을 마다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럴 까닭이 있겠는가 사전을 뒤적거려 보니 꿀벌들은 꿀을 찾아 11킬로미터 이상 往復한다고 했다 그래, 왕복이다 나의 사랑도 일찍이 그렇게 길 없는 길을 찾아 왕복했던가 너를 드나들었던가 그래, 무엇이든 왕복일 수 있어야지 사랑을 하면 그런 특수 통신망을 갖게 되지 光케이블을 갖게 되지 그건 아직도 유효해! 한 가닥 염장 미역으로 새카맣게 웅크려 있던 사랑아, 다시 노오랗게 사랑을 採蜜하고 싶은 사람아, 그건 아직도 유효해!- 알詩(세계사·1997)봄을 이끌고 오는 꽃들의 행진 맨 앞에 하얀 매화와 노오란 산수유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한반도 남쪽 포항에는 그 꽃들이 엊그제 막 지나갔는데, 그들은 지금 한반도 어디쯤 가고 있을까? 서울까지는 갔는가 몰라. 정진규의 ‘산수유-알1’는 서울 한복판 수유리 시인의 집 뜨락에 노오란 꽃숭어리들로 만개한 산수유와 그 꽃에 노오랗게 취해 잉잉거리며 잔치를 벌이고 있는 꿀벌떼들의 풍광, 또 거기에 그대로 교접(交接)된 정진규 시인의 몸과 마음이 펼쳐놓는 한바탕 사랑의 잔치 마당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 모양이 가히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이다. 시인은 꽃을 찾아 11킬로미터 이상 왕복으로 드나드는 꿀벌을 보면서 ‘사랑의 光케이블’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의 사랑도 일찍이 그렇게 길 없는 길을 찾아 왕복했던가 너를 드나들었던가”라고 자신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노오랗게 채밀(採蜜)할 사랑을 갖고자 한다. 꽃이 사랑이요, 사랑이 생명이다. 그건 알의 본래적 모습 바로 그것이다. 정진규 시인의 연작시집 ‘몸詩’(세계사·1994)와 ‘알詩’(세계사·1997)는 지난 90년대 우리 시단에 생명(생태)과 몸(육체)의 문제를 분명하게 각인시켜놓은 중요한 시집이었다. 시집 속에 수록된 시편들의 형태가 대부분 산문시인데, 그 줄글이 갖는 리듬감이 또한 놀랍다. 평범한 운문시의 율격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금 다시 소리 내어 시를 낭독해보라. 시의 리듬을 따라 일어서는 사랑의 꽃 사태를 만날 테니.해설이종암·시인
2009-03-26
수유리라고는 하지만 도봉산이 바로 咫尺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한복판인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정보가 매우 정확하다 훌륭하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벌떼들, 꿀벌떼들, 우리집 뜨락에 어제 오늘 가득하다 잔치잔치 벌였다 한 그루 활짝 핀, 그래, 滿開의 산수유, 노오란 꽃숭어리들에 꽃숭어리들마다에 노오랗게 취해! 진종일 환하다 나도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두근거렸다 잉잉거렸다 이건 노동이랄 수만은 없다 꽃이다! 열려 있는 것을 마다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럴 까닭이 있겠는가 사전을 뒤적거려 보니 꿀벌들은 꿀을 찾아 11킬로미터 이상 往復한다고 했다 그래, 왕복이다 나의 사랑도 일찍이 그렇게 길 없는 길을 찾아 왕복했던가 너를 드나들었던가 그래, 무엇이든 왕복일 수 있어야지 사랑을 하면 그런 특수 통신망을 갖게 되지 光케이블을 갖게 되지 그건 아직도 유효해! 한 가닥 염장 미역으로 새카맣게 웅크려 있던 사랑아, 다시 노오랗게 사랑을 採蜜하고 싶은 사람아, 그건 아직도 유효해!- 알詩(세계사·1997) 봄을 이끌고 오는 꽃들의 행진 맨 앞에 하얀 매화와 노오란 산수유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한반도 남쪽 포항에는 그 꽃들이 엊그제 막 지나갔는데, 그들은 지금 한반도 어디쯤 가고 있을까? 서울까지는 갔는가 몰라. 정진규의 ‘산수유-알1’는 서울 한복판 수유리 시인의 집 뜨락에 노오란 꽃숭어리들로 만개한 산수유와 그 꽃에 노오랗게 취해 잉잉거리며 잔치를 벌이고 있는 꿀벌떼들의 풍광, 또 거기에 그대로 교접(交接)된 정진규 시인의 몸과 마음이 펼쳐놓는 한바탕 사랑의 잔치 마당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 모양이 가히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이다. 시인은 꽃을 찾아 11킬로미터 이상 왕복으로 드나드는 꿀벌을 보면서 ‘사랑의 光케이블’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의 사랑도 일찍이 그렇게 길 없는 길을 찾아 왕복했던가 너를 드나들었던가”라고 자신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노오랗게 채밀(採蜜)할 사랑을 갖고자 한다. 꽃이 사랑이요, 사랑이 생명이다. 그건 알의 본래적 모습 바로 그것이다. 정진규 시인의 연작시집 ‘몸詩’(세계사·1994)와 ‘알詩’(세계사·1997)는 지난 90년대 우리 시단에 생명(생태)과 몸(육체)의 문제를 분명하게 각인시켜놓은 중요한 시집이었다. 시집 속에 수록된 시편들의 형태가 대부분 산문시인데, 그 줄글이 갖는 리듬감이 또한 놀랍다. 평범한 운문시의 율격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금 다시 소리 내어 시를 낭독해보라. 시의 리듬을 따라 일어서는 사랑의 꽃 사태를 만날 테니.해설이종암·시인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 놀아요 선생님(창비·2007) 남호섭의 새 동시집 ‘놀아요 선생님’은 ‘타임캡슐 속의 필통’(창비·1995)이 나온 지 12년 만에 발간되었다. 12년이라니, 그동안 남호섭의 시집을 애타게 기다려온 독자에게 좀 심했다 싶다. 그래도 그는 시집 앞머리에서 어느 시인이 19년 만에 좋은 시집을 발간한 것을 상기하며 시집 내는 일을 부끄러워했다. 동시를 쓰는 남호섭 시인은 지금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교사다. 이번 동시집 ‘놀아요 선생님’은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그 아래서 씩씩하게 뛰놀고 구김살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얻어진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위 동시 ‘봄비 그친 뒤’는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냥 소리 내어 한 번 읽으면 그 빛깔과 내용이 단번에 다 들어온다. 비 갠 날 아침에 하얗게, 빨리 달려가 산을 씻겨주는 저 고마운 산안개를 나는 남호섭 시인으로 읽는다. 각각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연 속 대안학교를 찾아온 아이들에게 우리말(시)과 올바른 삶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노고에 나는 두 손을 모은다. 한때 나는 남호섭 시인과 같은 직장 같은 문학 단체에서 활동을 한 적 있다. 그와 함께 했던 지난날의 그때가 무척 그립다. 가을 들녘에 핀 코스모스 같이 단아한 남호섭 형! 그가 보내준 시집으로 짐작건대 그곳의 삶이 참 좋아 보인다. 이 봄꽃 다 피고 지기 전에 지리산 아래로 훌쩍 한 번 달려가야겠다. 그곳에 가서 나도 말갛게 세수를 해야지. 해설이종암·시인
2009-03-23
대형할인점 조현명모든 날의 은혜를 받아드는 날마음의 성소를 찾아라수치에 따라 달라지는 자본의 은혜를 구매하라구매하라성소에서 구매하라고르고 찾는 눈빛 기도와구매욕을 돋우는 찬양의 은혜스러움으로너는 성소에서 나를 만나고은혜를 나누며기뻐하고 기뻐하며 나의 이름을 전하라끊이지 말고 성소를 찾아라네 마음은 새의 심장처럼 가벼워 파닥파닥 뛸 것이니네가 끝내 모든 것을 소유할 것이다네 주머니가 채워져 있는 동안에만네 주머니가 채워져 있는 동안에만자본주의의 속성을 시에서 엿본다. 경전에 종교적 윤리를 바탕두듯 자본주의 물질성은 소유를 낙으로 여긴다. 하나의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행복이고 기쁨이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전파하는 그 이면에는 이익추구의 무서운 정신이 경전처럼 버티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성소다./해설 하재영·시인
2007-02-08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행운은- 고작한 뼘 길이라는 생각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한 그루 삶의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발견하는 거라는 생각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행운은- 집집마다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 사람은 늘 행운이 따라주길 바란다. 행운과 불운은 상두마차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한다. 만남과 헤어짐. 태어남과 죽음. 토막토막의 행운이 사람의 앞길에 계속 놓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복권 한 장의 행문처럼 말이다. 해설 하재영·시인
200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