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데스노스(조재룡 옮김)
어느 조그만 배에
키 작은 부인 하나
키 작은 뱃사람 하나가
조그만 노를 잡고 있다
그들은 여행을 떠나려 한다
고요한 어느 냇가 위에서
덧없는 어느 하늘 아래에서
그리고 어느 섬에서 잠들려 한다
오늘은 바로 일요일
허벅지를 서로 포개고
키스를 주고 또 받고
즐기기에 좋은 날
아름다운 삶은 바로 이런 것
물가의 저 일요일
키 작은 선원을 부러워하며
행복에 젖은 사람들.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 로베르 데스노스의 시. 이 시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뱃사람과 부인이 조그만 배를 타고 섬으로 간다. 그곳에서 둘은 서로 키스하며 “허벅지를 포개고” 잠들 터, 일요일의 한가함이 주는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이 간명한 시를 읽고 이상하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 둘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기에. 저런 행복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으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