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옥
주인공인
나만 없을 것이다
벅찬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찍 떠났으므로
엉킨 실타래 같은
검은 부재의 바람이 불고
태극기 휘날리고
잿빛 비둘기만 구구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무거운 공기가
이제 진짜 안녕이라며
작별을 고할 것이다
새 없는 공중으로 검은 비가 내릴 것이다
한가한 사람들도 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인 나만 홀로
슬플 것이다
2018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배영옥 시인.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시를 미리 써두었다. 지인들이 참석하겠지만 “나만 없을” 장례식. 슬퍼하던 그들이 떠나면 “검은 부재의 바람”만 불어올 장례식장. “잿빛 비둘기만” 날아오르다가 그들도 사라질, 결국 “한가한 사람들도 오지 않을” 그곳엔 “주인공인 나만 홀로/슬”퍼할 터, 죽음은 우리를 더욱 고독의 운명으로 빠뜨리리라는 슬픈 진실을 이 시는 말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