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영
석등의 신열이 밖으로 붉게 번지고
연화문 돌이끼는 묵언을 물고 얼룩이 졌다
한 자락 바람의 보시로
젖몸살 앓았을 꽃망울,?
우듬지 끝까지 시리고 아팠을 것이다
한평생 그 향기 팔지 않았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꽃 입술
터질 듯 부푼 살 내음의 통증으로
어쩌자고 홍매 그렇게 피고,
법당 앞 화강석 석등에 불이 켜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주지 스님 잰걸음보다 더 재게
해가 덜컥 넘어갔다
석등의 ‘신열’이 석양과 함께 절의 대기를 아프게 물들인다. 그 열병을 대기에 옮기는 바람의 ‘보시’를 받으면서, 홍매 역시 “터질 듯 부푼 살 내음의 통증”을 “꽃 입술” 벌려 터뜨린다. 홍매는 “젖몸살 앓”으며 “우듬지 끝까지 시리고 아”픈 삶을 살아왔던 것, 결국 “향기 팔지 않았으나” “꽃 입술”은 “끝내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발설한다. 이 ‘발설’이 개화일 터, 이 개화는 시를 의미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