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
순이야, 누이야!
근로하는 청년, 용감한 사나이의 연인아!
생각해보아라, 오늘은 네 귀중한 청년인 용감한 사나이가
젊은 날을 싸움에 보내든 그 손으로
지금은 젊은 피로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겠구나!
그리고 이 추운 밤 가느다란 그 다리가 피아노줄 같이 떨리겠구나.
또 이거 봐라, 어서,
이 사나이도 네 커다란 오빠를···.
남은 것이라고는 때 묻은 넥타이 하나뿐이 아니냐!
오오 눈보라는 트럭처럼 길거리를 달아나는구나
자 좋다 바로 종로 네거리가 아니냐!
어서 너와 나는 번개같이 손을 잡고, 또 다음 일을 계획하러 또 남은 동무와 함께 검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네 사나이를 찾고 또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인 용감한 청년을 찾으러···.
그리하여 끝나지 않은 새로운 용의와 계획으로 젊은 날을 보내라
…
임화 시인은 일제강점기 이름을 날린 저항적인 시인. 1929년에 발표된 위의 시는 당시 일제 권력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을 그려냈다. 화자와 그의 누이동생, 그녀의 애인, 세 명이 등장한다. 애인은 감옥에서 추위에 떨며 나갈 날을 기다리고, 오빠와 누이동생은 권력의 감시망을 피하며 검은 골목으로 들어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이란 조선의 해방을 도모하는, 그리하여 애인을 되찾기 위한 계획일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