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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리의 순이(부분)

등록일 2025-08-17 18:04 게재일 2025-08-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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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

순이야, 누이야!

근로하는 청년, 용감한 사나이의 연인아!

생각해보아라, 오늘은 네 귀중한 청년인 용감한 사나이가

젊은 날을 싸움에 보내든 그 손으로

지금은 젊은 피로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겠구나!

그리고 이 추운 밤 가느다란 그 다리가 피아노줄 같이 떨리겠구나.

 

또 이거 봐라, 어서,

이 사나이도 네 커다란 오빠를···.

남은 것이라고는 때 묻은 넥타이 하나뿐이 아니냐!

오오 눈보라는 트럭처럼 길거리를 달아나는구나

 

자 좋다 바로 종로 네거리가 아니냐!

어서 너와 나는 번개같이 손을 잡고, 또 다음 일을 계획하러 또 남은 동무와 함께 검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네 사나이를 찾고 또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인 용감한 청년을 찾으러···.

 

그리하여 끝나지 않은 새로운 용의와 계획으로 젊은 날을 보내라

 

임화 시인은 일제강점기 이름을 날린 저항적인 시인. 1929년에 발표된 위의 시는 당시 일제 권력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을 그려냈다. 화자와 그의 누이동생, 그녀의 애인, 세 명이 등장한다. 애인은 감옥에서 추위에 떨며 나갈 날을 기다리고, 오빠와 누이동생은 권력의 감시망을 피하며 검은 골목으로 들어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이란 조선의 해방을 도모하는, 그리하여 애인을 되찾기 위한 계획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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