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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고기 한 마리-양수리에서 (부분)

등록일 2025-08-13 18:05 게재일 2025-08-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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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하

늦가을 강바람 속으로 매순간

힘없이 메마른 숨결의 손을 놓는 나뭇잎들과 같이

지금 돌연 내가 죽어 없어진다 해도

저 강물은 계속 흐를 것이다 간혹

물 위에 떠가는 낙엽이나 갈대 부스러기처럼

내 죽음이 쓸쓸히 노을의 저편으로 흘러가도

강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바로 눈앞으로 흐르는

강물이란 강물 다 지나가버려도

강의 호흡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듯,

영영 떠내려가버릴 것 같은 죽은 나뭇잎들

푸르름의 기억을 되살려 나무의 뿌리로 되돌아오듯,

내 육신의 죽음이 진정 나를 죽게 할 수 있을까

….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유하 시인의 1990년대 발표된 시. 위의 시는 삶과 죽음에 대해 아름답게 명상한다. 한 개체의 죽음과 무관하게, 강물이 계속 흐르듯이 세계는 자기 갈 길을 갈 것이다. 이리 보면 우리의 삶은 허망하지 않은가. 하나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잎이 썩어 다시 뿌리로 되돌아가듯이 인간 역시 그렇지 않을까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죽음이 진정 무로 회귀하는 것일까라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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