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실종에 대하여(부분)

등록일 2025-08-19 18:10 게재일 2025-08-20 18면
스크랩버튼
김명신

사라지는 것들이 도착하는 곳이 분명 있다

수북해진 그곳은 하나의 세계다

불리지 않아서 잃어버린 이름들을 기다린다

이름이 꼭 없어도 좋다고 생각해

이 세상은 당연히 외로운 거야

잃어버린 것들을 버려진 것들이라 할 때

버려진 것들끼리의 유대에서 악마가 태어난다

(중략)

목덜미가 뻐근해지거나

어깨가 무거워지거나

무릎이 휘청대거나

팔다리가 묵직해진다거나

아예 흘러 버릴 것만 같아

바닥이 될 것 같다면

내 몸의 바깥에서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오겠다고

이 세계의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둬

….

‘나’ 안에서 사라진 이들이 있다. 이름마저 잊은 사람들. 하나 그들은 정말로 사라진 걸까, “잃어버린 이름들을” 가진 이들은 어딘가에 모여 유대를 맺고 있는 것 아닐까. “바닥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것은 ‘나’에게서 버려진 자들이 나를 짓누르는 복수를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하나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내 몸 안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이 세계의 바깥에서/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일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