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렬
기아와 폭식을 반복하는 달의 이클립스
겨울 아침을 배회하는 바바리맨의 덜렁거리는 실존
설치류 떼에 물려 이 그지 같은 세상을 하직한 초식공룡 화석
Exit으로 오타 한 후의 가벼운 절망
침침한 은하계를 지그재그로 건너 나의 꿈속에서
현관에 버려진, 빨간 아기로 현현하는 일그러진 혜성
‘exist’라는 말을 천천히 발음하면서, 시인은 우선 월식을 떠올린다. ‘이클립스-식’은 빛의 소멸을 뜻하는 바, ‘exist’는 가려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달처럼 소멸의 반목을 가리킨다. 하여, 초식공룡이 소멸했듯이 인간도 소멸할 터, ‘exist’를 ‘exit’로 잘못 쓴 건, 절망으로부터 “은하계를 지그재그로 건너”는 ‘혜성’처럼 탈출하고픈 원망이 투영되어 있다. 하나 그 혜성은 버려진 아기처럼, 일그러진 꿈일 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