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게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시. 한강은 20대 초반에 시로 등단했는데, 위의 시는 등단 무렵 쓴 시로 판단된다. 한강 문학의 뿌리가 사랑임을 잘 보여주는 시. 화자가 오길 갈구하는 ‘너’가 사랑 자체가 되어 온다면, 화자 자신에게 일어날 변화를 시인은 말해준다. 사랑에 잠겨 “내 가슴 온통 물빛”이 되리라는. 그리고 ‘너’에게 무엇이 될 것인지도. “네 먹장 입술에” 강물 같은 “벅찬 숨결”이 되리라는.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