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헌
창문 밖 하늘에는
여러 모양의 구름이 겹겹이 쌓여
가벼워 보이지는 않은 것이
잠시, 지상과의 인연을 생각하는 듯
벌레 한 마리
생각이 많아진 것인지
숨죽이고 구름을 보는 듯
오후 시간 내내
창문에 붙어있다
그나
나는
시간이 구름에 묻어 지나가고 있음을
이제 이별의 시간이 왔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바람이 선뜻하다.
“바람이 선뜻”한 것을 보니, 때는 가을, 그 가을 “하늘에는/여러 모양의 구름이 겹겹이 쌓여” 있는 바, 시인은 구름이 “지상과의 인연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쌓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창문에 붙어” “숨죽이고 구름을 보”고 있는 ‘벌레 한 마리’는 시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할 터, 청명한 가을 하늘의 흩어져가는 구름처럼 시간도 점점 흩어질 것임을, 즉 “이별의 시간”이 오고 있음을 시인은 ‘직감’하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