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민숙
아침에 눈사람이 왔다
북쪽을 돌아서 온 사람 같았다
기침을 한다
따뜻한 모과차를 타 주었다
숨 막히는 흰 손으로 잔을 잡는다
저녁에 눈사람이 왔다
입이 녹아버려 말이 막힌 그가
손이 없는 장갑을 비빈다
(중략)
새벽에 눈사람이 갔다
목도리를 한 그는
입이 굳은 어둠을 데리고 갔다
흐르는 무릎을 껴안고 들여다보면
한때는 공중을 돌고 돌아온 물을 닮았다
다른 눈이 내리던 새벽이었다
…..
시인을 찾아온 위의 시의 눈사람들은 어딘가 슬퍼보인다. 아침에 온 눈사람은 심하게 기침을 하고 저녁에 온 눈사람은 입이 녹아버렸다. 이들은 삶의 슬픈 운명을 전해주기 위해 온 손님들일까. 어쨌든 이 눈사람들도 새벽엔 다시 떠나야한다. 무릎부터 녹으면서 “입이 굳은 어둠을 데리고” 말이다. 그 “흐르는 무릎을 껴안”은 시인은 눈사람이 세월처럼 “한때는 공중을 돌고 돌아온 물”로 이루어졌음을 깨닫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