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힐(강수영 옮김)
대학 도서관에서 자리를 뜰 때
내 어깨너머를 흘낏 본다.
곱슬머리를 가진 남자가
나를 알은 척했다. 그의 얼굴은
쐐기모양으로 턱 가장자리에
수염이 나있다. 생생히
살아있는 눈이 금테안경
저쪽에서 웃고 있다. 아프리카인이다.
분명히 동아프리카 출신이다 -
에티오피아 또는 소말리아
그는 자신을 소개한다.
소말리아에서 왔다는 그는
나를 지나치면서
뭔가를 본 듯했다.
친근한 얼굴, 동료
아프리카인. 그는 내가 수단 출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최근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류학,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을 전공했다.
나는 그에게 여행 잘하라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의 가족에게로 향했다.
…….
션 힐은 미국의 시인이자 현재 대학교수. 위의 시는 흑인인 시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유학생이 시인을 수단 출신 유학생으로 생각하고 반갑게 인사한다. “친근한 얼굴”을 가진 시인에게서, 인류학을 전공한 유학생은 인간의 깊은 “뭔가를 본” 것 같다. 그것은 동료애 아닐까. 시인이 그에게 인사하고 “나의 가족에게로 향”한 것은 그 동료애가 불러일으킨 것일 테다. <문학평론가>